제목이 헷갈린다.
그의 책에는 '끝'이 들어가는 제목이 몇 개 있다.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지구 끝의 사람들>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파타고니아 역시 지구의 끝이며 길의 끝이다. 이 세 책이 같은 책인 줄 알았다. 개정판을 내면서 제목을 바꿨나 싶기도 했고. 도망자이고 방랑자이며 잃어 버린 자인 작가의 심중을 그대로 반영한 제목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지만 지향점은 같지 싶다. 그가 얘기하는 그 '끝'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며 비관적이지 않고 희망적이다. 하지만 그 '끝'은 고난이고 저항이다. 어느 것은 소설이고 어느 것은 에세이인데 그 경계가 분명치 않다. 소설적인 에세이, 에세이적인 소설.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의 주인공을 만나는 과정을 보면 꽤 소설적인데 실은 팩트다.
문득 <미겔 스트리트>의 나이폴이 떠오른다. 같은 남미인이고 유럽을 전전하는데 어쩐지 둘의 세계는 다르다. 나이폴은 끊임없이 정서적 공허에 시달리며 뿌리를 찾아 헤메지만 루이스는 육신의 뿌리잘림, 잘린 뿌리를 연결하기 위한 오랜 방황? 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가 그를 가게 했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파타고니아로 갔을까? 아마존의 밀림 속으로 갔을까?
"누구든 환갑에 가까워지면 사회가 삐딱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다른 이들이 읽지 않은 책들만 골라 떠들어 댄다. 반면에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책들은 이상하게도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2월2일:책들의 공동묘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