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겨울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쓸쓸하게 비만 뿌려도, 혹은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뭉클거릴 때면, 창밖을 바라보며, 혹은 눈 감고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겨울 나그네>를 듣는다. 그러면 실연의 쓰라림을 안고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한 젊은이가 보이는 듯하다. 쓸쓸함을 넘어 이내 아득해진다. 막막하다. 어둡고 차갑고 무겁고, 조금은 무섭다. 낭만적 광풍에 휩쓸린 청년의 방황. 방랑의 그 나그네 길에는 구원의
희망도, 성숙도 보이지 않는다. 겨울 들판의 끝에는 죽음
뿐이다. 아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