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칠
안희연
나는 네가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믿을까봐 두렵다, 장의차가 지나가는 풍경, 가스 불을 켤 때마다 불에 탄 얼굴이 떠오르는 일,
이제 너는 싱그러운 꽃다발을 보고도 메마른 시간을 떠올릴 것이다, 누구보다 예민한 귀를 가진 사람이 되어 세상 모든 발소리를 분간할 것이다, 빛이 충분히 드는 집을 찾겠다고 이사를, 이사를 하고,
붓과 물감을 사들일 것이다, 나는 네게 환한 시간만을 펼쳐 보이고 싶은데, 집 안의 시계를 전부 치워버리고, 시간이 일으켜 올릴 싹을 두려워하며, 씨앗 없이 흙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