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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오늘은 1부 '기억이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의 남은 시 일곱 편과 2부 '바보의 말을 탐구해보자'의 시 다섯 편을 읽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 읽은 시들도 어떤 시나 작품을 인용하거나, 그 작품에 기인해서 시작한 시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리뷰' 혹은 '리라이팅'이라고 해도 무방할 성격의 시들이다.

 

오늘 읽은 시들 중에서는 「변신」이 가장 좋았는데, 아직 이 시집 전체를 다 읽어본 게 아니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 시집을 대표하는 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좋다. 이 시집 전반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시이기도 하다.

 

1920년 7월 29일, 카프카는 55kg이었다고 한다. 눈을 감으면 어둠속에 희끗희끗 나타나는 것, 그것은 신장 182cm의 카프카가 밀레나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려고 구부렸던 등뼈의 잔상이다. 이날 카프카는 밀레나에게 두 통의 편지를 썼는데, 그 두번째 편지에서 자신은 물리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나는 세상의 저울을 이해 못 하겠소. 물론 그 저울도 나를 이해 못할 게 분명하오. 그렇게 거대한 저울이 55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나를 가지고 도대체 무얼 할 수 있겠소. 아마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거요' (p.57)

 

카프카가 밀레나에게 쓴 이 편지를 읽고 시를 쓴다면 어떤 시가 나올 수 있을까? 이 편지를 쓰는 카프카를 떠올리며 쓴 시는 어떤 형태일까. 그게 궁금하다면 「변신」이라는 김행숙의 시를 읽어봐야 한다.

단연코 최고의 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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