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박해의 상징, 호랑가시나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키가 큰 나무 아래 자라는 하목下木들, 특히 호랑가시나무의 크기였다. 사람의 키가 모두 크지 않은 것처럼 나무들 역시 모두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어떤 나무들은 본래 키가 작다. 이렇게 키가 작은 나무들을 하목이라고 부른다. 하목들은 관심과 영예로움을 독차지하는 큰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살기 때문에, 그들에겐 그늘을 견디는 힘이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대표적인 하목이다. (중략) 하목들은 대개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벌목을 할 때 제외되기 때문이다(126쪽).
게다가 다른 나무들이 다시 자라지 못하도록 소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들을 죽일 수 있는 제초제를 뿌린다. 이러한 '사업적인 숲관리'의 목적은 오로지 소나무만 있는 숲을 만드는 것이다. 이 '관리'는 하목을 비롯한 많은 종의 식물과 동물들을 죽인다. 농장 생태학자 E. O. 윌슨은 소나무 식목이 이루어질 때, 숲에 사는 생물 종의 90퍼센트가 죽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애쉬빌에 있는 한 단체는 자연림에서 벌어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멈추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이 단체의 이름은 '붉은꽃산딸나무 연합'이다. 붉은꽃산딸나무는 숲이 소나무 재배지로 바뀔 때 잘라내는 하목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매일 많은 자연림을 잃고 있다. 많은 종을 죽이면서 숲은 소나무 재배지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환은 금방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소나무 재배지가 다시 원래의 진정한 숲으로 거듭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종이를 값싸게 얻기 위해 숲을 아름답게 수놓는 붉은꽃산딸나무 꽃을 포기할 것인가?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127쪽).
그러나 나는 내 손 안에 있는 종이가 나무뿐 아니라 딱정벌레와 아름답게 지저귀던 새들과 벌레를 잡아먹던 박쥐같은 다른 생명들이 사라진 대가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 작은 도시에 단지 나 하나라는 사실이 몹시도 슬프고 외로웠다. 불행하게도 정부나 우리가 속한 기관, 사업체들이 숲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개인들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숲은 결국 우리 곁에서 사라질 것이다. 숲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과학자들이 나에게 도움이 될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느낄 때 "마치 물고기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나의 기분이 가라앉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릴케 같은 시인에게 의존하게 된다(129쪽).
소나무를 더 많이 심는다면 아마 호랑가시나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희생될 것이다. 그리고 호랑가시나무가 줄어들면, 호랑가시나무 열매도, 깔따구도, 신비로운 진균류도, 굴나방도, 오피어스도, 새들도,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도 줄아들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135쪽)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저/주혜명 역 | 아르고스 |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