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불안, 급속한 변화의 일상화로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4차산업혁명의 도래, 생명공학 발달로 인한 기대수명의 연장과 초고령사회의 도래, 부와 권력의 집중현상과 자국이익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 확대등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미래가 있는지 회의가 들고, 미시적으로 보면 보람된 삶이 무엇인지 의문이 커지는 시점이다.
인류 운명을 좌우할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변화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인류문명의 변화에 대한 거시적 통찰을 빅 픽쳐로 담아내면서, 개인적 삶에 대한 미시적 고찰을 병행하고 있다. 각 분야의 석학들과의 대담을 통해 문명의 변곡점에 서 있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려고 시도한다.
인류문명사에 대한 거시적 통찰은 두명의 석학이 담당한다. 이 책의 편집자인 오노 가즈모토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와의 대담을 통해 인류 미래에 대한 큰그림을 그려낸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에 의해 앞으로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할 일을 잃어버리고 무용계급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한다. 문명연구가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각국시장이 세계경제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전세계적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관심사다. 인공지능 전문가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되기 전에 인공지능을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부분 대신할 버린다면 우리는 무엇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와 같은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다니엘 코언은 기술은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며, 인간성이 확보된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함을 강조한다.
미시적 측면에서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전망도 시도된다. 미래에는 고령화 진전, 계층간 격차 확대, 인종간 갈등 심화 등이 예견된다. <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래튼은 행복한 삶을 위해 학습과 휴식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돈이나 집 같은 유형 자산보다 건강, 적응력, 인맥 등의 무형 자산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사회에서의 분극화와 백인과 흑인간의 계층갈등의 문제도 다루어지고 북한의 비핵화 이슈도 다루어진다. 이 두 이슈는 미래에 대한 대응보다는 현실을 분석하는데 촛점이 잡혀 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요 이슈들을 짚어보면서 큰 방향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어느 정도 사전준비도 가능할 것이다. 석학들의 인터뷰를 모은 것이라 좀 피상적으로 접근한 면도 있지만 주요 이슈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