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덩의 논어 읽기는 계속된다. 이 책은 논어 7편 <술이>, 8편 <태백>, 9편 <자한>에 나오는 내용을 다룬다. 짧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공자의 말씀이 저자의 쉬운 해설과 간결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된다. 문단의 말미에서는 <공자의 행복한 사색>이라는 코너를 통해 그 내용의 현대적 의미를 정리해 들려주기도 한다. 수천년이 지난 이야기가 현대인에게도 그대로 울림을 준다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는 시대적 환경은 변하지만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길만한 말들이 많이 있지만, 말에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에 옮긴 공자의 모범이 있기에 오늘날에도 울림이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혼자 있어도 흐트러짐이 없으며,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여러 번 논어 해설서를 읽지만 읽을 때마다 내게 다가오는 문장들은 모두 다르다. 이 책은 과거의 전통을 계승해 새로움을 창조해 나간다는 '술이부작'으로 시작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점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못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익숙한 '삼인행에 필유아사'라는 말도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선한 점을 가려 따르려는 노력을 물리학의 엔트로피 개념을 원용해 설명하는데, 남의 장점을 배우려는 노력이야말로 외부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무질서도를 줄이는 '부(負)의 엔트로피' 행동으로 설명한다.
'부이가구(富而可求)라는 내용도 가슴에 와 닿는다. 공자는 안연에게 “부가 만약 구해서 되는 것이라면 비록 채찍을 잡는 사람이라도 나 또한 하겠다. 만일 구해서 되는 게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걸 따르겠다 (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고 이야기한다. 부의 축적과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공자가 돈 버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특이하지만 그 방법과 수단은 정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경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공자가 하지 않은 네 가지’란 뜻의 자절사(子絶四)의 내용도 좋다. 공자는 다음 네 가지를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함부로 추측하지 않았고, 독단적이지 않았으며, 고집하지 않았고, 아집을 부리지 않았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불확실성이 지배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서 결론에 도달하려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중국인이 풀이한 논어라 많은 사례에 중국의 역사와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독자인 우리로서는 조금 생소한 내용들이라 좀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논어를 읽고 공부하며 행복해졌다는 저자의 논어 사랑과 해박한 지식 덕분에 우리 일반인들도 논어의 매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