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읽은 박철상의 <세한도>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세한도의 한 폭 그림과 문장을 통해 한 사람의 삶과 고민을 더듬어보는 소중한 경험을 가져다 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도 세한도를 본 뒤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한도의 주인공인 추사는 물론 최치원, 안견, 김홍도에 서화담, 박지원, 소동파에 공맹과 노자, 부처님까지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전을 통해 옛글, 옛그림, 옛사람과의 귀중한 만남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한 그 만남이 일상적 고전의 텍스트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의 만남이 아니란 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고전을 매개로 저자의 개인 체험과 상상, 사회적 현상을 결합시켜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자유자재로 시공을 드나들면서 다양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신라말 당나라 유학생이였던 고운 최치원의 신라로 돌아올 때의 마음을 저자의 감정이입 방식으로 실감나게 상상하고 전달해 준다. 시인 김춘수와 서정주, 박경리, 유치환의 시세계에 나타난 사상을 분석하고 나서 이들 모두 노자 도덕경을 통해 맺어진 도덕경 비밀클럽의 클라스메이트였다는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구름이 흐르듯 천천히 거닐며 음미하게 만드는 묘미를 가지고 있다. 한시에 옛 그림중에 익숙하지 못한 내용들이 있어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도 가끔씩 발견된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기반으로 한 분야를 깊게 파고 들 때 비로소 이러한 독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옛그림과 작품들을 보다 색감있고 선명하게 보여주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