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는 무엇일까? 아마 모험과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모험은 꿈을 향한 여행이다. 추상적인 꿈을 심화시키고 여행의 무대를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과정이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과 인간의 이중적 구분을 넘어 펼쳐지는 또 하나의 마음속의 감성의 여정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평생 책에 뭍혀 살던 서른 다섯 살의 젊은 주인공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책벌레로 놀리던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고 실제 세상과 부딪히기 위해 주인공인 나(저자)는 크레타 섬에 있는 탄광을 빌려 갈탄 캐는 사업을 시작한다. 배를 타러 가면서 자신과 정반대의 경험과 성격을 지닌 예순 다섯 살의 늙은 그러나 아직 마음은 젊은 조르바를 만나 함께 크레타 섬으로 함께 출발한다. 백면서생의 젊은이와 세상을 떠돌며 안해 본 일이 없는 늙은 젊은이가 크레타섬의 갈탄사업 동반자로 만나 좌충우돌 인생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그런 자유분방한 그리스인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일정한 도덕률의 틀 안에서 제몫의 삶을 사는 것을 거부하고 극한의 영혼의 자유를 추구한다. 신을 통해 인간이 구원을 받기보다는 인간이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과 악마를 동일시하고 육체와 영혼을 하나로 생각하고, 이성이 아닌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인공은 자신은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조르바를 통한 간접 경험을 즐기게 된다. 이를 통해 조르바를 매우 좋아하게 됨은 물론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문에서 주인공과 조르바의 탄광사업은 망하지만 이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순간에 오히려 홀가분해지고 자유로와지는 두 사람. 겉으로는 패배자로 보이지만 속으로 승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긍지와 환희가 밀려온다. 두사람은 크레타 해변에서 이런 마음을 춤을 통해 확인하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주인공은 영원한 자유를 향해 세상을 여행하기로 결심을 하고, 조르바 역시 본래의 떠돌이 생활로 돌아간다.
영혼의 자유와 무한한 상상력과 실천력을 가진 조르바, 이를 동경하지만 쉽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꿈과 사랑과 이상을 향해 미련없이 출발할 수 있는 자유인! 우리가 동경하고 있는 한 모습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