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혜민스님의 전작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다시 읽었다. 이젠 혜민스님의 글에 어느 정도 길들여졌나 보다. 이 책에도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혜민스님의 사연들과 잠언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가슴 울림은 덜하다. 전작처럼 혜민스님은 때론 친구처럼 다정하게 손잡아 주기도 하고, 때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내면의 자세들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생각의 동조현상이 진행된 걸까? 많은 좋은 글들이 당연한 말로 다가온다.
사랑한다면 안아주세요. 내가 완벽하지 않듯이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내 형제가 왜 저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내 마음에 딱 들지 않아도 깊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불완전한 존재들이지만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책의 기본 메시지이다. 출발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중심을 잡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혼자만의 중심을 잡고 무소의 뿔처럼 담담히 나아가자는 것이다. 물론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교류하고 사랑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나가야 한다.
스님은 현대인의 아픔을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하면서 치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다른 사람 눈치만 보다 내면의 소리를 잊고 사는 사람들, 서운한 감정이나 용서하기 힘든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 좌절의 경험 후 용기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 인간 본성을 깨닫고 싶어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감이 되고 치유가 가능한 본질적 삶의 대안들을 부드러운 문체로 제시한다. 스님의 따뜻한 인간미와 세상을 향한 격려와 위로가 상처받은 현대인의 마음을 녹여준다.
가끔 외롭거나 고민이 되는 일이 생길때 읽으면 크게 공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사랑에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에서부터 진솔한 애정표현, 따듯한 포옹 하나가 이런 사랑의 발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커다란 진실 하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사랑 하나가 무엇일지를 생각하면서 읽어간다면 분명 내게 부족한 무엇 하나를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