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이 책은 김병종 화백의 여행 산문집이다.
책 한 권을 통해 누군가의 여행기, 그림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도대체 얼마나 좋으면 죽어도 좋을 만큼 좋았다고 하는 것일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사람들이 신혼여행지로 많이 찾았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조금 생소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 저자의 감상과 생각들이 옹골차게 담겨있었다.
여행 산문집이 처음이라, 여행 수기처럼 자세한 여행 기록을 기대했기에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여행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 아닌 저자의 사유들과 그 흔적들을 엿볼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나에게 있어서 '거기서 죽어도 좋았던 곳'은 어디였을까?
2019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틈타 가족들과 갔던 괌이 아직도 나에게는 1순위이다.
생각해보면 엄청 좋은 곳에 갔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마음에 평온을 주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죽어도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연수를 갔던 호주, 뉴질랜드도(특히 뉴질랜드) 너무 평화롭고 좋았지만, 연수를 갔던 곳이기에 여행이라기보다는 출장에 가까웠고, 잠시 숨돌릴겸 갔던 골드코스트와 본다이 비치에서 '와!' 하고 감탄하고 거기서 끝이었다.
풍경을 마주하고 보면 세 가지 감탄사로 그 아름다움이 나누어진다.
'아'. 이 경우는 아름답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풍경이다.'오', 경외감을 갖게 할 만큼 우아하거나 거대한 모습. 중세풍 고색창연한 성당이나 이슬람 사원 같은 경우가 많다. 태곳적 기압 괴석도 여기에 속한다.
'악' 하는 외마디는 더 어떤 언어로도 설명불가능한 경우다. 압도적이고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
이런 광경을 대하고 있노라면 천국이란 이 초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창조주가 슬쩍 슬쩍 이런 초현실적 아름다움을 세상에 남겨둠으로써 천국을 상상 해보도록 한 것이 아닐까. 네 고단한 생애를 건너오면 이런 풍경의 나라가 펼쳐져 있단다. 하는 약속처럼.이런 아름다움 앞에서는 다만 존재의 황홀한 떨림뿐. 일상의 자잘 한상념이나 걱정 근심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른바 망아의 경지다.
'아' '오' '악'의 풍경을찾아서 그 황홀한 떨림을 찾아 서 나는 오늘도 가방을 꾸린다.
_28페이지
'아' '오' '악'의 풍경을 찾아서
여행을 가서 멋진 풍경을 보면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도 담는다. 내가 담아온 그 날의 풍경을 두고 두고 꺼내보며 그 때의 감동과 여행의 추억을 되새긴다. 여행은 또다른 나를 찾는 여정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만 찍고 끝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 생각들을 차곡차곡 기록해야겠다. 그리고 '아' '오' '악'의 풍경을 찾아 나만의 산문집을 만들어야겠다.
김병종 화백의 황홀한 떨림들이 멋진 스케치로 옮겨져있고 그의 깊은 사색이 담긴 책 속에서나는 죽어도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