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을 발견했다.
책을 읽으며 몇 년동안 묵혀있던 체증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기독교 신앙과 관련해 내게 이보다 더 합리적인 설명을 해준 책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 읽어야 했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을 때처럼 각 챕터마다 주는 성찰의 울림을 마음 속 깊이 담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내용을 정리해 보니 A4 5장 분량이 될 정도로 버릴 문장이 없었다.
2.
무엇보다 글이 참 쉽게 쓰여져 있다. 그리스도의 교훈과 가르침이 모든 사람의 인생관이 되고 가치관이 되어 그 정신과 뜻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있다는 것,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물질적인 소유가 목적이 아니라 건전한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 교회가 기독교 정신을 독점하기 보다 기성 교회 밖에서 그리스도의 진리와 그리스도와 더불어 사는 삶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것 등 어떻게 믿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만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가 귀한 것이지 우리가 주장하는 교리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기독교적 가치관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가'에 있다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혁명적인 교훈이 바로 기독교적 가치관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유대교 전통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곧 그러한 것이 아닐까.
3.
기독교 신앙에 대해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되는 나같은 초신자들에게 이 책은 무척 단비같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올바른 신앙 생활에 대해 무조건적인 권고가 아닌 합리적인 설명과 예화를 통해 왜 그러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사, 결혼, 가정 등의 관한 문제와 같이 실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부분은 깊이 새겨 읽을만하다. 무조건적인 교리를 적용하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걸 충분히 숙지한 신앙인들의 판단에 맡겨야한다는 취지였다. 이렇듯 저자는 아직 신앙에 대해 여러가지 의구심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초신자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도록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신앙의 체계를 갖춘 분들이 읽기에는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가 무엇인가', '좋은 신앙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예수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