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나의 F코드 이야기

[도서] 나의 F코드 이야기

이하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겉보기와 달리 면역력이 약해, 워낙에 잔병치레가 많은 나는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러니 나에게 병원이라는 장소는 그리 어렵지 않다. 덜 아프기 위해서 가야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그런 나도, 정신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이는 내가 지극히 건강한 정신상태로 살아오고 있다는 자랑이 아니다. 분명 아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지만, 유독 정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책 <나의 F코드 이야기>는 실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우울증을 인지하고 그것과 마주하며 겪은 일화들을 들려준다. 자신의 증상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저자의 반응: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정신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반추하며 겪은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전문적인 이론서가 아닌 실제 우울증 환자로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써내려간 글들을 읽다 보면, 우울증도 역시 하나의 아픔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최근 우울과 관련된 책들을 자주 접할 기회가 생기면서 우울증에 대해서 아직도 나의 편견이 어디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너는 괜찮지만, 나는 안 돼'와 같은 마음이랄까. 내로남불이 아닌 내불남로의 마음으로 우울증을 다뤄왔던 것은 아니었을지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안다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일맥상통하지 않기에, 익숙한 사안이라도 내 문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자만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스스로 치유의 기회를 차단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책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래전부터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부로서 상담을 받아본 것 이외에 진지하게 나의 문제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기회가 있을 때면,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서 괜찮다'는 태도로 일관하기 바빴다. 어딘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는 순간, 약한 존재가 되버리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이제는 도망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







본 서평은 교보북살롱의 서평이벤트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