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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도서]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저/히라사와 마리코 그림/이윤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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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질을 한다는 건 정성과 마음을 담는다는 것.  꽤 오래전부터 겨울이면 털실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게 취미생활이었는데, 꽤 오랜 취미에도 정작 내 물건보단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뜨개질을 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받을 대상을 생각하며 뜨개질은 시간과 정성을 마음을 담는 시간이라고 할 수밖에...


  마리카의 장갑 은 태어나면서부터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임종)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여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 태어난 마리카의 탄생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떠주신 작은 엄지장갑은 마리카에게 잘 어울리는 새빨간색.   할머니에게 장갑을 뜨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태어날 손녀를 위해 뜨는 장갑은 더 정성을 쏟아요.   아버지와 오빠들이 고심해서 지은 마리카라는 이름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에요.



마리카가 태어난 날 아침, 할머니는 곧바로 작은 엄지 장갑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겨울은 몹시 추워서 엄지장갑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화려한 색깔의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깁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꼭 드는 엄지장갑을 갖고 있습니다.
맞아요, 마리카가 태어난 곳은 루프마이제공화국. /p12~13

  하지만 사람들이 즐겁고 풍족하게 살려면 엄격한 규칙도 필요합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만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숲이 울창한 이유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가문비나무를 벨 때 '한 집에 한 그루 규칙'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함부로 나무를 벤다면 숲은 메마르고 결국 사람들의 생활도 가난해지고 말겠지요. /p56

   마리카가 성장하여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살려면 엄지장갑을 뜨는 테스트에 통과해야 하는데 마리카는 뛰어놀고 춤추는 걸 더 좋아해서 정말 간신히 시험에 통과했다.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왔고,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널 좋아해.' 간단하게 말로 표현하면 쉽겠지만, 가볍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엄지장갑을 뜨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되는 것.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무렵 마리카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은 부끄러워서 못하니까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뜬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p63

  지금은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시대입니다.  가족의 축복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평탄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얼음제국의 지배하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가혹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호아새를 가족으로 두는 편이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p142


    야니스와 마리카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던 아이는 찾아와주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와주는 검은 황새를, 작은 동물들을 자식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먹게 되요.  이렇게 행복한 삶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루프마이제공화국 건국 22년만에 얼음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즐거운 노래와 멋진 춤 아름다운 민속의상을 금지했지만 다행이 엄지장갑만은 허용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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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카는 낚시용 장갑을 뜨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p148

 

    "라부 첼랴베유(잘 다녀오세요)!"    30살의 가을, 얼음왕국에 연행되어 먼길을 떠나는 야니스를 웃는 얼굴로 배웅했던 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에스무 클라트!" 하로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았거든요.  야니스가 먼 길을 떠나고 마리카는 긴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장갑 뜨는 법을 알려주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때론 나그네들을 재워주기도 했어요.   겨울의 시대는 길었고 현실은 차가웠지만 마리카는 힘들수록 활짝 웃으며 주변 이들을 도왔어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야니스보다 딱 하루를 더 살아 남편을 잘 보내고 자신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던 마리카의 삶.   그녀가 일흔 살이 되던 해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독립을 찾았어요.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를 찾았습니다.   집에 있는 엄지장갑을 풀어서 컵받침, 티포트 덮개등을 떠요.  털실이 남으면 띠를 짜서 칠엽수에 묶어줍니다.  끝으로 마리카는 야니스가 남긴 엄지장갑 한 짝도 풀어서 자신의 손에 맞는 엄지장갑을 떴어요.  그리고 남은 털실로 곰인형을 떠서 마지막 뜨개질을 마무리했어요.  Paldies! 야니스의 장갑을 풀어뜬 장갑을 손에 끼고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마리카는 야니스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어요.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자신에게 없는 걸 비관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따뜻하게 살아갈 줄 알았던 마리카의 삶.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는 인생이라면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가와 이토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과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읽은 것 같았습니다.  



  민속 의상을 입은 마리카의 손에는 야니스의 장갑으로 다시 뜬 엄지장갑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마리카도 그리고 야니스도 멋진 인생을 살았습니다....(중략)...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살았습니다.  힘겨운 시대였지만 잘 이겨내고 웃으면서 생을 마쳤습니다.

머잖아 루프마이제공화국은 건국 백 주년을 맞이합니다.  마리카도 살아있다면 백 살입니다.  길을 가다가 곰인형을 본다면 잠깐 걸음을 멈추세요.  혹시 그 곰인형이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마리카의 빨간색 엄지장갑으로 떴을지도 모릅니다. /p203~204


고마워(Paldies)!

살아 있다는 걸

축복처럼 느껴지게 해줘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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