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은 하윤이 많이 바쁜 날이기도 하다.
도서관 가서 손뼉을 짝짝 키트도 받아오고, 4시에 하는 하브루타 온라인 수업도 듣는다.
이제는 제법 온라인 줌 수업에 익숙해져서인지 혼자서 곧잘 선생님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수업에 스스럼 없이 참여를 잘하면서 적극적이다.
하브루타는 수업이 끝난 후 연계활동으로 과제가 한가지씩 나가는데, 이번 과제는 채식을 하는 사자 바마에게 줄 음식을 아이클래이로 만들어 접시에 올려둔 사진을 업로드 하는 거였다.
저녁이 늦어져 할까 말까 망설이다.. 늦었지만 해보자 싶어, 시작한 과제겸 아이클레이 놀이시간..

무엇을 만들어서 사자 바마에게 줄 것인지, 어른들이라면 글부터 써놓고 접시를 채울텐데, 하윤이는 다 만들고 접시를 채운 뒤 글을 쓰면 안되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끝에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동안 나는 재촉하지도, 간섭하지도 않으며 필요한 색깔과 도움을 요청할 때만 간간히 도와주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
그리고는 다 만들고 나서 깨알같은 한글 쓰기 실력으로 나름의 글을 채워나간다.

채식이라 해서 야채 위주로만 생각했는데, 블루베리, 레몬, 브로콜리, 꾸며놓은 양배추까지 참 다양하게 만들어 접시가 풍성해졌다. 글씨도 예비초등학생 치고는 꾸준히 써내려 갔던 효과를 본 것인지, 또박또박 참으로 정성스럽게 잘 쓴것 같다.
그렇게 과제를 하나 끝내고 못내 아쉬웠는지 늦은 시간인지 인지를 빨리 한것인지...
자기 만들고 싶은 아이클레이 하나 더 만들어도 되냐고 묻는 딸...
냉정하게 안된다고 해야하는데, 무언가 더 확장된 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말리지 않고 긴 시간은 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고 했더니, 엄마를 만들어주는 딸...

이때 살색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기에 아이클래이 책을 꺼내와서 색 배합을 유심히 보고 함께 색깔도 맞추어 가며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보니, 일주일에 한번 유치원 원격 수업용 과제를 빼먹은 것이 기억난 건망증이 자주 있는 엄마가 몰아서 과제하듯...하윤이에게 한가지만 더 하자고 제안하게 되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너무 좋아해줬다.

이번 주제는 해시계와 나침판이었는데, 나침판을 북쪽으로 맞춘 뒤 그림자는 숫자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대낮에 해가 떠있을 때 하면 더 좋았겠지만 궁여지책으로 핸드폰 후레쉬를 커고 아이에게 나침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가 뜨는 기울기에 따라 그림자가 바뀌는 현상을 알려주었다. 얼마나 이해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낯설지 않고, 즐겁게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잘 진행되었던 것 같다.

마무리로 나무 그림자는 어떻게 생겼을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데 어느정도 이해를 한 것인지 거침없이 그려나가기도 했으니, 완전한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자에 대한 이해는 있었던 것 같다.
아이와 갑작스럽게 집에서 폭풍 놀이 같은 학습으로 조금 늦은 시간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지긴 했지만, 집에서 다양하게 아이와 놀이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는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