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도서]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오도엽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머니라는 보통명사는 부를 때마다 참으로 사랑스러움과 애절함이 함께 느껴지는 단어이다. 아마도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희생이 있기에 더더욱 그러함을 느끼게 되는 모양이다.

책 속에는 또 다른 우리들의 영원한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참으로 순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를 과격한 투사의 삶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가 버티고 서 있다.

이 책은 저자 오도엽전태일 기념사업회에 갔다가 꼬박 두 해 동안 전태일의 어머니인 이소선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소 선.

이 세 글자를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들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소외받는 이의 어머니로 대변되기도 한다. 그녀는 전태일의 생물학적 어머니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고 외치며 분신, 사망한 후부터 이렇게 대한민국 노동자의 어머니로 재탄생 하였고, 그러한 삶의 과정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아픈 우리의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녀가 벌써 여든 살이 되었나 보다.

이젠 다리가 아파서 그렇게 마다하던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나이, 어쩌면 멀지 않은 죽음을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전태일 평전을 정식으로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이런 저런 책이나 활자를 통해서 예전부터 그를 접하기는 했었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발달되지 못했던 그 시기에,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의 하나가 아니, 왜 법을 준수하라고 하면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지왜 지하철 노조는 준법투쟁을 하는 것인지 내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들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소위 머리가 굵어지면서 이 사회가 그동안 배운 것 그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갔지만, 그리고 예전의 철없던 의문점은 곧바로 해소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생각해 보는 사실은 과연 그 철 없음에 벗어났음을, 그래서 철 들었음을 좋아해야 할 만한 것인지.그 또한 의문이다.

 

책을 읽으며 안타까움과 가슴 절여옴에 울컥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더더욱 나를 흥분케 하는 것은 어제의 아무것도 모르고 순박했던 그저 시골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들, 딸들을 오늘의 과격하고 열렬한 투사로 만드는,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라는 것이다. 특히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투사보다 더더욱 격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등 열사 외에도책에서 나오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제 정신으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부모가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이소선은 아들의 죽음을 통해 본능적으로 의식화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은 참으로 눈물겹다. 오직 아들이 바라던 노동조합 건설과 인간다운 노동자의 삶을 위해. 그리고 드디어 청계피복노조는 합법화 되고 그 승리의 뿌듯함도 만끽한다.

나는 여기서 우리 나라의 노동운동 과정과 이소선이 노동운동에 끼친 영향 등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노동자의 어머니였던 그녀가 진정한 노동자의 삶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몇 번의 투옥에도 불구하고 일생을 몸 바쳐 노동자를 위해 살아간 그녀의 꼿꼿한 인생역정에 진정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녀의 생각과 사상은 참으로 올곧다. 원칙을 알고 그 원칙에 근거하여 모든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한다. 누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삶 속에 그 현명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때문에, 청계노조의 위원장 자리도 아들과 함께 일한 최종인이 아닌 한국노총 출신의 타인이 차지함에 동의를 했고, 훗날 그 탄생을 그렇게 기뻐했던 민주노총의 불협화음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을 수 있었으며, 비정규직의 문제 역시 동일 선상에서 그녀의 원칙론적 의견을 엿 볼 수 가 있다.  책을 통해 그녀의 노동운동에 대해 그 어떤 연대의식보다 더 진한 연대의식을 느낄 수 가 있었다. 기륭전자의 노동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안타까워 하며 비정규직과 노동자의 문제, 그리고 진보적 정당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는 그대로 스스로 올가미를 졸라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는 그야말로 정확한 현상에 대한 진단이며, 본질에 대한 접근이라 여겨진다.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그녀의 사상과 의식 부분이었다. 그녀의 삶을 바라보기 전에는 그저 그냥 그런 모양이지 하고 생각했던 내 스스로가 한 없이 부끄럽다. 그녀의 사고와 말과 행동간에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그 일치성은 그 어떤 진보 정치인과 유명한 운동가 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말 하면 경망스러울 지도 모르겠지만, 물리적인 나이가 너무 많으시다. 물론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말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래도 그동안 비록 불협화음과 부작용이 발생되었을지언정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온 노동계의 모습이 최근 몇 년 동안 그 사이에서도 갈등이 증폭됨을 느낄 수 있었고, 현재는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 마저 위협받고 있는 오만한 정권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현상을 그녀가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의도가 되었건, 그렇지 않았건 노동자의 삶을 위해 한 평생을 몸 바쳐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 이소선.

전태일 열사가 갈망하던 그 소박한 꿈과 어머니 이소선이 이루려고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노력한 아들의 그 꿈이 비록 달성되지 못한 현재 진행형이라 할 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두 모자의 품에, 그리고 우리들의 가슴에 뜨겁게 안길 수 있음을 확신하며 감동에 찬 한 권의 독서를 마친다.

 

더불어 이 책을 권해주신 분께 더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5

댓글쓰기
  • 이코이코

    전 전태일에 관해서는 듣기만 많이 들었지 영화도 책으로도 아직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분 어머니께서도 그가 떠난후에 줄곧 이렇게 움직이고 계셨다니 놀랍네요. 어머니의 이름으로 한여인의 이름으로 노동자의신분으로 끊임없이 투쟁하고계신 그분의 삶에 존경을 표합니다.

    2009.07.07 17:33 댓글쓰기
    • 아바나

      이소선 어머님의 개인적인 면도 그렇지만...사회가 그러한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전태일 열사의 동생분은 노동법인가 아무튼 그 분야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까지 땄다고 하죠? 이 역시 그 영향일테구요..전태일 열사가 우리 나라 노동운동사에 제일 먼저 손꼽히는 것은 암울했던 그 당시, 소년 소녀들이 먼지가루를 먹어가며 천식에 결핵에 걸리도록 죽어라 동물과 같이 일하면서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 그러면서도 그러한 현상을 체념하며 지나갈 때, 스스로 자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 선각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09.07.07 18:39
    • 아바나

      참..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도 읽어보심이....(저도 못 읽어본 거 추천할라니 겁나 쑥스럽구만~ㅋㅋ)

      2009.07.07 18:41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홍경인씨가 전태일열사로 분한 영화가 있어요.^^

      2009.07.07 22:16
    • nineone91

      저는 영화로 봤습니다.... 친구들과 많이 울었더랬죠.... 처음 알았습니다... 저런 분도 있다는 사실을.....

      2009.07.07 22:42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전순옥씨 옷 회사 차렸더라구요. 이소선 여사..정말 대단하시죠. 우리나라 어머니들 이한열 열사 어머니도 그렇고 자식 잃고 운동의 길도 뛰어드신 분이 많지요.

    2009.07.07 22:15 댓글쓰기
    • 아바나

      유가협 어머님들이 많이 그러셨던 것으로 압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런지도....

      2009.07.07 22:27
  • 벤자민

    그 어머니에 그 자식이라고 해야할 지? 반대로 그 아들에 그 어머니라고 해야할 지? 자식의 행위를 보면 그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줄긋기가 되더라구요.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지요? 전태일이란 분은 여기저기 귀와 눈동냥으로 쬐금 알았지만 그 어머님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네요.

    2009.07.07 22:42 댓글쓰기
    • 아바나

      저도 그 자세한 내역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되었어요~ 참 안타깝고 대단하고 그렇더라구요~

      2009.07.07 23:01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