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고, 영화도 많이 보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중국 패키지 여행 조차 가보지 않은 내게 중국과 중국의 문화, 그리고 중국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책에 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면 여타의 일반적인 기행문 혹은 여행 소개 책자의 기술 형식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관심과 재미를 한층 더한다고 하겠다.
우선 저자는 본인이 여행한 중국 방방곡곡의 경험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도시와 그에 얽힌 역사, 사연, 그리고 일상의 중국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소개함과 동시에 총 13편의 중국 영화를 함께 소개하며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확인시켜 준다.
저자가 해석하는 영화의 평 역시 좋았지만,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중국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중국민의 삶과 여행지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과정은 아주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만약 여기서 소개되고 있는 13편의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나, 중국 여러 도시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이 주는 매력에 빠졌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색계>를 참 감동적으로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감동이란 영화 후반부, 양조위의 나체 모습과 7분 동안의 격정적인 섹스 씬으로 유명해서 그런 류의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영화를 보니 그것은 그저 영화의 한 부분일 뿐 절대로 그 영화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못되는, 중국 현대사 속에서 '친일'이라는 소재로 일어날 수 있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본 기억이 남아있다.) 책을 통해 상하이의 모습을 영화 속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상상해 보았고, 우리의 현대사와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중국의 현대사 역시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13편의 영화를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와, 나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책이 잘 쓰여졌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8월에 모 블로거님으로 부터 선물 받은 것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이 리뷰로 대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