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는 지금 명동 보석상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되어 지금 경찰서의 취조실에 있다.
경찰은 나와 당신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꼬신다.
1.당신과 내가 모두 범행 자백을 하면 각각 5년의 징역형을 살게 될 것이다.
2.당신과 내가 모두 범행 부인을 하고 끝까지 숨긴다면 증거불충분으로 각각 1년의 징역형을 살게 될 것이다.
3.당신과 나, 둘 중 한 명이 범행 부인, 나머지 한 명이 범행 자백 시, 부인한 자는 괘씸죄 적용,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징역 10년 형을, 자백한 자는 정상참작이 적용돼 기소유예로 풀려날 것이다.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좀 더 가정을 추가해 보자. 당신과 나는 취조실에 들어가기 전, 담배 한 대씩을 나눠 피면서 굳게 다짐한다. "얌마, 우리 둘 다 불지 말고 딱. 1년만 살고 나오자! 약속 지켜라! 꼭!!"
그렇다면… 결과는?
결론부터 말한다면, 당신과 나는 모두 범행을 자백하고 똑같이 징역 5년을 살게 된다는 것이 바로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이론 이다.
즉, 나와 당신은 각각 머리 속에 나만 끝까지 부인해서 혼자 독박 쓰면 어쩌나? 하는 심리가 작용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얻어지는 최대한의 합리적인 선택이 전체 공동체(여기서는 나와 당신) 집단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사전에 당신과 내가 만나서 한 약속은 결과를 도출하는데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약속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론은 변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약속을 행할 수 있는 상황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약속을 지켜서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론(Theory of Games)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는 앞 서 기술한 죄수의 딜레마 사례를 포함하여 많은 사례들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일상 생활과 관련이 있거나, 그동안 무심코 깊은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궁금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예컨대, 할인점의 최저가 보상제의 진실, 항공사의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중고차 시장의 비밀, 일본의 차량은 왜 운적석이 오른쪽이 있는지 등등 게임이론을 설명하는 많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아, 그렇군… 그래, 그래, 그랬어… 등등 공감도 많이 했지만, 그래서 과연 게임이론이 무엇이냐고 나보고 설명하라고 한다면 또 다시 머리 속이 정리되지 않고 버벅,버벅의 반복이 시작된다.
저자
또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본 두산 백과사전에는 “경쟁 주체가 상대편의 대처행동을 고려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 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이론은 1994년 존 내쉬의 ‘내쉬균형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이어 불과 10여년이 지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이 게임이론을 분석한 연구를 또 다시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게임이론의 의미일 것이며, 동시에 경제학의 굵직한 획을 긋고, 더 나아가 정치,경제,군사,사회,심리,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는 참으로 광범위한 이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존.내쉬가 게임이론의 창시자인 줄 알았다. 무식이~)
내가 구체적인 수학적 공식이나, 세부적인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개론서를 통해 소위 우리가 들어는 보았으나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던, 예컨대, 치킨게임, 죄수의 딜레마, 내쉬균형이론, 게임이론 등등에 대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소득이라 생각된다. 물론, 주류경제학에서 신봉하는 공기업 민영화와 인센티브제를 통한 성취동기 부여 등 다소 내 개인적 견해와 맞지 않는 주장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 견해 자체에 굳이 딴지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새롭게 알게 된 지식습득의 과정에 더 큰 무게중심을 싣고자 한다. 이제 또다시 마련해 놓은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다른 개론서 한 권을 더 읽어보면서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길 내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