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노신의 '아Q정전'을 읽으며 빨리 그의 평전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책은 지난달에 일찌감치 주문해 놓은 상태였기에 이번 달 독서계획에 포함하여 읽기로 작정했었고, 이번 주에 드디어 다 읽을 수 있었다.
모택동은 노신을 일컬어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이라 부르며 "그는 단지 위대한 문학인일 뿐 아니라, 또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또한 재작년에 감명깊게 읽었던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에서도 노신에 대한 호의적인 평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지난 달, 그 유명한 '아Q정전'을 읽으면서 커다란 감흥을 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인 작가의 삶을 알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했기에 조금은 성급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평전을 읽고 난 지금, 강직하고 변하지 않는 어쩌면 고집불통과도 같이 여겨지는 그에 대한 강렬함이 커다란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1881년에 태어나 1936년에 56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리 길지 않은 생을 살아왔으나,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최후의 순간까지도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역동적인 생활을 진행해 왔다. 특히 그가 운명을 달리 하기 직전의 일화들은 실로 그의 열정적인 삶과 지식인으로서의 태도, 그가 바라는 사회와 중국인민들을 향한 멈추지 않는 노력 등, 어찌보면 한없이 고집스럽지만 읽는 이에게 가슴 뭉클함을 전달해 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중병에 걸려 그에게 요양을 권하는 어떠한 설득과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치료하는 일본인 의사 스토의 많이 움직이지 말고 침상에 얌전히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경고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평생 그런 습관을 들여 본 적이 없소.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못한다면 나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이오. 날 치료하는 데는 조건이 있소. 첫째, 병을 완전히 낫게 해 주시오. 다시 말해서, 날 살 수 있게 해달란 말이오. 둘째, 한 달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계속 움직여 두 달 만에 병이 낫게 할 것이오. 셋째, 만일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생명을 최대한 연장시켜 주시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답답스런 고집이 아닐 수 없지만, 그만큼 그에게는 열심히 읽고 일하는 것 자체가 죽는 날까지 지켜진 그만의 원칙이었고, 또한 그의 사상은 언제나 일관된 계몽과 구망(救亡)이었으며, 그 안에서도 오히려 인류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 독립과 존엄, 보편적이되 결코 추상적이지 않은 자유와 독립의 실체, 그리고 이를 주체적으로 향수하는 실존적 인간으로서의 중국 인민의 모습을 추구했다.
또한, 그는 중병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도 공산당 친구인 구추백을 기념하기 위한 <해상술림>이라는 책을 엮을 때, "번역자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저자인 고리키도 최근에 세상을 떠났소. 게다가 편자인 나도 곧 죽을 것 같소. 이런 형편인데 아직도 교열이 끝나지 않았다니 당신들은 독자들마저 죽어 버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구려." 라고 출판을 재촉했고, 그 편지를 건네고 얼마 후 갑자기 자신의 참호에 쓰러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노신은 하나의 커다란 모순덩어리로 움직이고 있는 동아시아, 중국의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복잡하게 얽힌 이념과 가치의 충돌과 혼란 속에서 추상적인 구호와 주장들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중국 민중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러한 민중을 기만하고 탄압하는 모든 장치와 권력이 바로 그의 투쟁 대상이었고, 모두가 혁명을 이야기 할 때도 이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의 공허한 외침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는 반동으로 몰려 갖은 역비판을 당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여타의 비판적 질타에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주장을 펼쳐 나갔다.
그의 삶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 그의 작품이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읽혀지고 있으며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노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의 문장을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에 논거로 활용코자 하는 현상들...
그것은 단지 그의 훌륭한 작품과 문학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혁명을 갈구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치열했던 삶과 변화를 위해 멈추지 않는 열정, 그리고 그 어떤 탄압과 커다란 기둥에도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떳떳하게 맞서 나가는 용기있는 행동들이 어우러져 오늘 날까지 그의 이름이, 그의 작품이, 그의 평전이 읽히고 있는 것일게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책 속의 두 가지 대목을 옮기며 노신 평전의 책 읽기를 마치고자 한다.
<빈하소집>의 한 대목.
....독기를 품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독기를 글로써 형상화 하는 것은 작은 독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멸시는 무언(無言)이다. 더 좋은 것은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것이다.
<죽음>의 구절들.
1. 장례에 누구에게서든지 절대로 돈을 받지 말 것. - 그러나 오랜 벗들은 예외이다.
2. 속히 입관하여 매장할 것.
3. 그 어떤 기념행사도 치르지 말 것.
4. 나를 잊고 모두들 자신들의 삶을 돌볼 것. -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얼빠진 사람이다.
5. 아이가 커서 재능이 없으면 절대로 실속없는 문학가나 미술가가 되게 하지 말고 다른 순수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할 것.
6.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뭔가 주겠다고 하는 것을 곧이듣지 말 것.
7.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오히려 보복을 반대하고 관용을 주장하는 자들과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