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에 회사 직원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이런 책은 그 내용과 공감여부를 떠나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스스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 여겨지는 바보같은 심정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1천여명의 말기 암 환자를 접하며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진 총 스물 다섯가지의 후회는 일상에 지쳐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 한 박자 늦춰가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책 읽기가 아닌가 싶다.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고,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굳이 생각하고 싶지않은, 그러나 역으로 그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또한 죽을 때 후회한다는 그 스물 다섯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생을 보다 의미있게 여기는 마음과 함께 누구에게나 주어진 동일한 시간을 보다 소중히 보내야 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더욱 내 가슴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내 삶의 문제가 아닌, 적어도 나 보다는 먼저 '죽음'이라는 단어와 맞닿을 확률이 더 많은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아직 두 분 모두 정정하시지만, 요즘 들어 종종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부쩍 많은 생각을 하곤한다. 비록 건강하시다고는 하나 보이는 모습에서부터 예전과는 달리 많이 노쇠해진 아버지,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 책 속에 나와있는 것과 같이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해 부모님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있는 나의 불효가 행여라도 부모님께 부과되는 마지막 후회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되어진다면 몇 곱절의 불효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등등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들 보다는 부모님의 삶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읽혀진 것 같다. 또한, <죽도록 일만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와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하는 후회, 그리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하는 후회는 특히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책 속에 간추려진 죽을 때 후회하는 그 스물다섯 가지를 읽으면서, 왜 그렇게 모두들 아둥바둥하며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 아래를 바라보면, 마치 개미와 같은 사람들, 그토록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는 나의 공간들이 그저 아주 조그마한 하찮은(?) 것으로 보이는 것과 같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지금의 내 삶, 오늘의 나의 일, 내일의 일들이 과거와 같이 그토록 모든 것에 연연해하며 때로는 거짓으로 때로는 안일함으로 포장되어 행해지는 것이 참으로 덧없고 부끄러운 짓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또, 언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저 그렇게 똑같은 행보를 반복할런지 모르겠다. 역으로 죽음에 직면하여 후회 좀 많이 하면 또 어떠한가. 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동시에 떠오른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의 마지막에 다가가서 한 가지라도 덜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내 삶이 더 인간적이고 더 바람직하며 더 따뜻해져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그것이 더더욱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궁극적으로 오늘과 내일의 내 삶이 그러하다면 죽음에 직면해서도 자연스럽게 몇 가지는 덜 후회하지 않을까? 우리가 '인간'이기에 또 당연히 많은 후회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