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읽은 책이 내 의지에 의한 자발적 독서가 되지 못해 참 스스로 미안하다.
어제, 오늘 1박 2일동안 <성과관리>와 <리더십>에 관한 회사 교육과정에 참여했었다. 요즘에는 회사가 직원들을 참 못살게 군다. 또한, 해가 더할 수록 그 못살게 구는 수법은 지능적으로 발전해 간다. 간만에 참여한 1박 2일 동안의 한 교육프로그램에서 시험을 세번씩이나 봤다. 그리고 교육담당부서에는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종합평가에 반영한다고...
but...
장한 yes24블로거 아바나는 학교 다닐 때 부터 무척이나 숙달된 컨닝 솜씨로 인해 시험 결과 자체만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채점 안해봐서 모르나? 아무튼~ 감이 그렇다.)
각설하고...
교육장에 입소하기 전에 회사가 내게 먼저 던져 준 것은 <하이퍼포머 팀장 매뉴얼>이라는 참 읽기 싫게 생긴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었다. 책이 두꺼우니 좀 있어 보이긴 하더라. 뭐, 내가 원래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잡식성의 책읽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왠지 누가 읽으라고 하면, 특히 그 '누구'가 다름아닌 '회사'라고 하면 읽기도 전에 먼저 맥이 빠지면서 '재미없음'이라는 단어가 뇌속에 틀어박혀 명.백.한 선입견을 심어주곤 한다. (이거 혹시 나만 그런가?)
솔직히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경영관리, 경영기법 관련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2/3 까지는 순서대로 읽고 본문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너무 지루해서 그냥 쭉쭉 넘기다가 마지막 chapter 를 먼저 읽는 것으로 내 맘대로의 책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교육에 참여했다.
역시, 여러 명을 한 장소에 가두어 놓고 우매한 집단의 일원으로서 선생님을 쳐다보며 아무 생각없이 강의를 듣고 있으니 혼자서 책을 읽을 때 보다는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 아무렴, 그 비싼 돈 주면서 저자를 불러 강의를 시켰으니 만약 혼자 읽을 때 보다 효과가 나쁘다고 한다면 이건 단체로 책상 뒤집어 엎을 일이다.
책을 읽으며, 강의를 들으며, 교육에 참여하며 느낀 것이 있다면 그동안 회사에서 강조해 온(아니, 강조라기 보다는 어느 순간 부터 fashion 마냥 너도 나도 함께 수립하고 실행해 온) 회사의 Vision, Mission, 전략방침, KPI, KBI 등등이 너무 껍데기만을 중시하거나, 혹은 전략조직(사업본부 or BU) 단위에서만 논의되고 실행조직(팀단위 이하)에서는 그 실질적, 구체적 내용을 모른 채, 그저 평가를 위한 하나의 지표로만(특히,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인식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동시에 아, 나도 정말 책처럼, 저자의 강의내용 처럼, 내 조직에서 무늬만이 아닌, 평가를 위한 관리지표가 아닌 성과창출을 위한 제대로 된 KPI와 전략 Map을 그리고 실행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또한, 실행조직의 리더는 'CEO의 경영파트너'라는 것과, 부하직원에 대한 'Enabl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순전히 '학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실, 모든(?) 리더십 강의는 들을 때는 아, 좋다~, 의욕불끈~ 했다가도 돌아서면 금방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그동안의 나 뿐만이 아닌 모든 피교육생들의 경험적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리더의 역할과 바람직한 모습을 뽑아내어 익히기 보다는 그동안 깊은 고민이나 제대로 된 개념에서 출발하여 본질적인 접근을 행하지 못하고 어쩌면 무분별하게 유행에 따라 사용되어 온 각종 Tool 을 진정한 Hi-Performance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접근방법으로 제대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세히 제시하고 안내해 주는 것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참, 책을 보면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교육을 받으며 명확히 느낀 것은 '나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나는 부하직원들의 심장을 불태우며 생동감있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지도 못할 뿐더러, CEO와의 경영파트너의 역할(실행조직내에서 벌어지는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 & 경영자 마인드로 업무수행) 또한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윗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거 별로 안좋아한다. (큰일이다.)
그러면 나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과감히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가?
미쳤냐. 그냥 눌러 앉아있을란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수많은 소단위 리더들은 얼마나 자신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가?
난, 그저 내가 리더로서의 자질이나 역할 수행에 썩 좋지 않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이 책과 이번 교육 참여에 대한 의의를 갖도록 하겠다. 이것도 몰랐다면 지금보다 더 큰 문제 아니었겠는가? 뭣도 모르고 여전히 엉덩이 붙이고 눌러 앉아 있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