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에 이어 원숭이 시리즈 2탄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이 나왔다. 지난 번 <원숭이 자본론>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참으로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 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에게 알기 쉽게 핵심을 잘 설명하려면 본인 스스로는 얼마나 더 깊이있고 명확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할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발간된 <원숭이 맑스철학>을 읽으면서도 역시 동일한 생각이 들어 혼자 미소지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의 주된 내용은 맑스의 핵심 철학인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史)적 유물론' 이다. 역시 원숭이 자본론때의 서술과 마찬가지로 선생님 원숭이에게 강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과의 문답 형식이다. 쉬운 표현과 풀어 쓴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식의 서술이니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발간 소식은 다름아닌 저자의 예쓰24 블로그를 통해 접할 수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주문해서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좀 더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학창시절의 추억, 그러니까 그 옛날 접했던 '변유'와 '사유'에 대한 기초 서적들의 독서기억과 이를 토대로 소위 '세미나'라 칭하며 정기적으로 토론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기억에 변유에 대한 기초지식 습득은 동녘출판사의 <철학에세이>와 <껍데기를 벗고서>, 백산서당의 <철학의 기초이론> 등을 읽었던 것 같고, 사유에 대한 지식 습득은 역시 백산서당의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처음으로 접했던 것 같다. 그 당시 혼자서 꽤나 심각하게 이것 저것을 생각해 보고 고민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지금의 학생들은 이런 책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처음 입학부터 바로 스펙쌓기 등 취업준비를 시작한다는 말이 들리니 말이다.
아무튼, 맑스의 핵심 철학인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내용은 내게 꽤나 재미있었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아주 좋은 역할을 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깊이있게 공부를 했건 안했건 말이다. 저자의 이번 책이 또 다시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커다란 부담없이 편안하고 쉽게 이해를 시킨다는 점이며, 2010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모습을 스스로 비춰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이 책과 더불어 우리가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9권(절판된 만화책 1권 포함)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5권(만화1권 포함)이 내가 읽어 본 책이라서 더더욱 반가웠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시작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공황을 야기시킨 탐욕스런 월가의 금융권력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관심밖에 있던 맑스와 케인즈를 부각시켰고, 각종 관련도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비판적 글 읽기를 할 지언정,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바람을 증폭시켜 본다면, 딱딱해진 머리 속 고정관념을 100% 벗어날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유연함을 발휘하여 이러한 서적의 내용에 대해 정말로 맞는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고 또, 스스로 판단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