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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세트

[도서] 만화 전두환 세트

백무현 글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

그땐 전혀 알지 못했다. 80년대 초반, 난 초등학생이었으니까...

정신분열증을 앓고 우리 집에 기거했던 외삼촌은,

결국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다.

 

#2.

"난, 오히려 전두환이 불쌍해, 어쨌든 잘 살게 만들었잖아, 올림픽도 개최하고.."

나는 그 친구의 주장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 없었다.

그저 TV 청문회, 뉴스 등을 통해 주워들은 몇 마디로 반대만 했었던 것 같다.

그때 난,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만화 박정희>(▶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작년에 읽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우선순위에 밀렸던 <만화 전두환>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마침 책 읽는 중에 뉴스에서는 단돈 29만원밖에 없어서 추징금을 낼 수 없다던 전두환이 그동안 강연회 등을 통해 얻게 된 소득(3백만원인가)을 미납 추징금의 일부로 납부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 역시 2,200여억원에 달하는 미납 추징금의 성실 납부라는 측면보다는, 추징시효가 다가오면 통상적으로 시효 연장을 위해 압류 등 적극적 회수절차를 실행하는 관행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소액이라도 납부함으로써 그러한 강제 집행 절차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갑자기 떠오른 위 두 개의 기억은 TV 속에 나타난 전두환의 얼굴을 끓어오르는 심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

 

나의 외삼촌은 잘 나가는 치과대학 4학년 의대생이었다.

어느 날부터 외삼촌이 우리집에서 함께 살게 되어 나는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외삼촌은 골목에서 런닝셔츠 바람으로 누워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지리산에서 부터 서울 우리집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집에서 요금을 내 준 일도 있었으니 내가 더 어릴 적 함께 놀았던 외삼촌과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서야 외삼촌과 관련된 그 때의 모든 일들을 역으로 내가 짜 맞추어 추론할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추론은 사실과 100% 들어 맞았다.

외삼촌은 의과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이었던 모양이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와 광주 시민들에 대한 학살은 그 시절 제.대.로. 된 이성을 소유한 사람들이라면, 혹은 상대적으로 사회에 물들지 않은 학생이라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며, 역으로 그 작은 부정에도 모질게 끌고가 지하실 취조실에서, 삼청교육대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무자비한 폭압을 행했던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행했던 정권이었기에 나의 외삼촌 역시 적극적 반대의 일원으로 결국 소위 안기부라 불리우는 곳에 끌려가 갖은 고문의 결과로 정신분열증이란 선물을 안고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나는 외삼촌이 어디에서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의 만화를 통해 나타나는 벌거벗긴 사람들을 거꾸로 매달고 코로, 입으로 주전자의 물을 집어넣고, 물을 뿌려가며 전기고문을 하거나,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고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 등을 보면서 우리 외삼촌도 그러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추정할 뿐이다.

아무튼, 어린 시절 내게 정을 많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나의 외삼촌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이십 몇 해의 생을 마감했다.

과연 나의 외삼촌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친구들 중에 한명의 아버지는 경찰관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즈음 5공청문회와 광주특위 청문회가 있었고 국민들 모두는 국가권력을 악용해 천문학적 금액의 부정축재를 일삼고, 죄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총칼을 겨누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 노태우,전두환 등에 대한 놀라움과 어이없음에 한탄과 가슴 쓸어내림을 행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친구는 TV 브라운관에 비춰진 전두환의 안쓰러운 모습이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졌고 그래도 우리가 그동안 전두환 때문에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등을 이룰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는 무고한 사람을 죽인 장본인이다. 만약 그 죽어간 이들의 너의 엄마, 형, 동생 이었다면 과연 그러한 말이 나올 수 있겠냐? 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굳이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와 살인마 전두환을 비교하고 싶지 않다. 이 둘의 권력욕과 부정축재, 그리고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해 행한 수많은 대국민 억압과 비인권적, 비윤리적 행태들을 일일히 나열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도 뻔뻔스럽게 29만원 밖에 없다며 국민을 우롱하며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전두환의 모습을 보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는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인터넷 상에 몇 편의 리뷰를 읽어보았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쓴 저자는 순 빨갱이이며 전두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면만을 보면 안된다고 적은 글도 있다. 물론, 전두환에 대한 일화와 군 시절 그의 리덥십, 카리스마 등은 많은 이들이 따르고 섬길만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장세동과 같은 인물이 청문회장에서 위증까지 해가며 자신의 상사를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과 관련된 개개인의 경험담과 그 인물의 특징과는 별개로 그가 행한 수많은 일들, 자신의 권력을 위해 12.12 쿠데타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5.18 광주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진압, 삼청교육대와 체육관 선거, 국민의 눈과 귀를 철저히 가로막은 언론 통폐합, 단군이래 최대의 사기극인 평화의 댐 등등은 사실 그 자체이며, 국가권력을 지닌 통치행위자로서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지금 현재를 생각하면 상상조차 못할- 독재자의 전형이며, 때문에 신랄한 비판을 받아 마땅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죄스러움에 한없는 사죄와 부끄러움을 스스로 느껴야 하는, 더구나 광주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는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보답할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죄를 짓고 살아가야 하는 어쩌면 불쌍한 개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는 너무나 편안한 현재를 살아가는 모양이다. 자신의 호를 명명한 공원이 생기는가 하면, 간간히 강연을 나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정치 원로라 하며 일부 정치인들은 그를 찾아가 조언도 듣곤 한다.

나는 그의 이러한 모습에 너무 너무 화가 난다. 다른 것 모두 접어두고 수 백명이 넘는 수많은 사람을 자신의 지휘아래 살해한 자가 어떻게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는 지금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며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 백무현은 이러한 전두환에 대한 사실적 사항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있어서도 그동안 언론에 세뇌당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머지 그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는 그저 다음과 같이 전두환을 설명한다는 것에 분개한다.

전두환 : 군인 겸 정치가. 신군부가 12.12군사정변을 일으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1년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가 되어 2월 개정된 새 헌법에 따라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재임 기간 중 물가 안정, 서울 올림픽 유치, 무역 흑자 등을 이루었으나,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위의 설명은 아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 사실 자체만으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부정적 의미의 말로는 군부독재라는 말 하나만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과연 우리의 현대사는 '전두환'을 저렇게 기록해도 되는가?에 대한 자문으로부터 이 책, <만화 전두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 우리들의 현대사는 왜곡과 뒤죽박죽의 역사로 점철될 수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2010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아마도 전두환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 독재를 행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소통에 장애를 지닌 사람이 현재의 수장을 맡고 있더라도 절차적 민주주의 자체가 훼손될 사회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러할 일이 없으니 과거의 사실들은 누워서 침 뱉지 말고 덮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단호히 반대하고 싶다. 오히려 더더욱 부각시켜 과거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보다 제대로 된 현재와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난 과거의 아픈 상처에 대해 굳이 파헤치려 하지 않을 때, 이렇게 읽기 쉽게 만화의 형식으로 올바른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제대로 요약해 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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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희생자 수는 어림잡아도 1천명은 넘는다고 들었어요. 어떤 기사에서는 50명밖에 안 죽었다고 냈다고 하는데 참 어이가 없는 ...쩝... //저도 그런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따질뻔 한 사건들이 있었죠...김대중은 주는거 없이 싫어..가 그중 충격적이었다는..그시절엔 뭐라고 시비를 걸만한 능력이 안돼서 그냥 얼굴 찌푸리고 말았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 어디로 전진할까 궁금해요. 오래살아서 지켜보고 싶네요. -_-;;

    2010.10.16 02:41 댓글쓰기
    • 아바나

      저도 스무살이 되어서야 전두환의 실체를 알게 되었는데....시간이 흘러 다들 잊혀질까봐 걱정입니다. 교육과정에서도 현대사 부분은 거의 가르치지 않으니...아니, 가르쳐도 시험에 안나오니 애들 신경도 안쓸테고...ㅜ.ㅜ

      2010.10.16 17:52
  • nineone91

    아마.. 그사람은 죽을 때까지...그렇게 살다 죽지 싶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 입 틀어 막고 싶을 정도로 밉살발언을 해 대시던지.......-_-;; 잘 살게 만들어줬으니 그만 아니냐~~ ㅎㅎㅎ 누가 잘 살고 있느냐...물어보고 싶네요~~

    2010.10.16 17:06 댓글쓰기
    • 아바나

      혹시....혹시...위에 적은 것처럼 겉으로는 태연한척 하지만, 속으로 집에서는 맨날 맨날 두려움에 떨며 잠못이루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그도 <사.람.>이니까...

      2010.10.16 18:02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슬픈 아니 처절한 가족사가 있었군요. 전두환이 추징금 중 정말 새발의 핏자국도 안되는 300만원을 냈다네요. 돈 안내서 집안 물건 경매에 붙여질까봐요..저 인간 꼼수 부리는 거 보면..참..

    2010.10.16 22:21 댓글쓰기
    • 아바나

      진짜....꼼수!

      2010.10.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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