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성 강연회
ㅇ일시 : 2010.10.15. 15:30~17:30
ㅇ장소 : 회사
ㅇ주제 : 발상의 전환과 유머 리더십
ㅇ강사 : 전유성(개그맨&개그작가)
한달에 한번씩 회사에서 저명(?)인사를 초빙하여 강연회를 하고 있다.
정해진 예정표의 강연자가 누군가를 확인하고 주로 화상으로 강연을 듣곤 한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강연을 맡았다.
시종일관 재밌었다.
그의 입담이 좋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사실 얼마를 받고 강연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많은 돈 받고(추정) 그정도 재미라도 없다면
그건 진짜 그래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는 독특함과 특이함으로 유명하다.
나역시 매스컴을 통해 그의 소싯적 일화들을 이미 접했었고, 평소에 그러한 특이함을 좋아하기에
나는 그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회사에서는 발상의 전환이나 조금 다른 각도의 사고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해서 업무적 성과와
개인적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전유성을 강사로 초빙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강사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지는 여타의 일들에 대해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볼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항상 삐딱선 타기 좋아하는 나는 강연이 끝나고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왜 꼭 그렇게 하면서 살아야 하지?
그냥 남들 하는 것 처럼 평범하게, 티안나게, 때론 너무나 평범해서 지겨울 정도로 살아가면 안되나?
부터 시작해서
전유성이 지닌 그 특유의 독특/특이함의 전매특허 때문에 오히려 더 강박증에 싸여 피곤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그렇게 억지로 비범함을 의식하면 자연스레 창의적 사고와 효율적 업무 개선이 이루어질까?
정말로?
특이함, 독특함..
이 단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누군가가 내게 '넌 참 특이해. 참 독특해!'라고 말을 하면 설사 그 의미가 다소 부정적 의미의
표현이라 할 지라도 그런 말 듣기를 은근히 즐긴다. (변태 아님?)
더불어,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자신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자 나름 노력한다.
엊그제 자주 방문하는 블로거 <꽃들에게 희망을>님이 2년 연속 포스팅 개근을 했노라는 글을 보고
다들 축하하는 댓글의 향연에 '뭐하러 피곤하게 그러하느냐, 그냥 편하게 블로깅하면 안되냐'는
취지의 글을 달고 왔다.(물론, 대단한 일이이게 축하도 함께 했고, 결코 딴지걸고자 한 말 아니었음!)
다행히 언짢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한 숨 돌렸었는데...
그러면서 문득, 나는 왜 맨날 책 읽고, 영화 보고, 공연 보고, 강연 듣고....리뷰를 쓰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 왜? 귀찮게 리뷰를 쓰고 자빠졌냐?
뭐,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이 블로그 시작하면서 내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고, 맨날 뭘 읽었는지, 뭘 봤는지 머리가 나빠
기억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최소한 당시의 감흥이라도 훗날 확인해 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별 신경 안쓰고 대충대충 끄적인다고 해서 그 작업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쩔 때는 꽤 적지 않은 시간을 잡아 먹기도 하니까...
그러나...
3년째 이 짓을 할 수 있는 아주 아주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고, 누구도 칭찬해 주지 않으며, 솔직히 지금 당장 내 업무에, 승진에,
재테크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나 혼자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참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전유성이 이야기하는 창의성은 절대로 재미와 자기 만족이 결여된 상태에서 억지로 쥐어짤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빌어먹을 창의성도 없을 뿐더러 뭐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울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내 스스로의 즐거움과 재미는 찾아가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대단한 무엇이 아닐지라도, 너무 작아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 무엇일지라도
내게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면 그건 대빵 내 꺼고, 시간 들여서라도 챙겨야 할 그것이다.
꾸불꾸불 말이 잘도 샌다.
어쨌든...
난 오늘도 리뷰 쓸거다.
그리고...
전유성 강연회는 재밌었지만, 솔직히 그 양반 밥값 다 못한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