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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 역사 강의

[도서] 맑스주의 역사 강의

한형식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을 읽고 나니 답답함이 쌓여갔다. 그 답답함은 내가 내 자신 스스로에 느끼는 것으로 항상 디테일에 약한 내가 꼴보기 싫어졌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뭐 그런거..

어렵지 않은 강의형식으로 한없이 친절하면서도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따라 가다 보면 어김없이 막혀버리곤 하는 내 지식의 한계로 말미암아 느끼게 되는 그러한 답답함 말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지난 4년동안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www.seumnet.com)"에서 진행해 온, <맑스주의 역사>에 대한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맑스 직전의 사회주의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맑스주의 전체에 대한 흐름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책을 한 권 사서 읽고 난 후에, 다시 한번 정독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아, 내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은 다시 한번 정독하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그 이유는 물론 내 짧은 지식으로 인한 머릿속 혼돈에 기인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책에서는 맑스주의에 대한 커다란 흐름을, 전체적인 윤곽을 짐작할 수 있도록 아주 친절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한번 더 정독한다면 보다 더 명확한 개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우 소장가치가 높은 소중한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이 내게 소중한 이유라 한다면, 역시 스스로 간과하고 있던 부분, 무의식적으로 그냥 그렇게 넘어가고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자연스레 일깨워 주며 나의 향후 태도와 자세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책 속에는 우리가 어떤 주의(~ism)를 이야기하고 또 이를 이해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역사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필요로 함을 꼬집어 준다. 즉, 세상에 초월적이고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역사적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의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맑스주의, 레닌, 혹은 스탈린, 마오쩌둥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 따른 역사적 인과관계 내지는 불가피성을 토대로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비단, 책 속에서 설명하는 그 개별 사항에 대한 실체의 이해를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세상에서 보다 냉철하고 정확한, 그래서 최소한으로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그 설명은 유효할 것 같다.

 

더불어, 나의 무지는 참으로 많은 부분을 왜곡해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는데, 예컨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주로 국정교과서에 의해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국민'으로서의 함양을 목적으로 교육받은 탓에) '프롤레타리아 독재', 여기서 '독재'의 의미가 그 어원과 해당 시대에 사용된 보편적 의미로는 현재의 독재권력, 독재자의 부정적 의미의 '독재'가 아닌, '지배' 혹은 '통치'의 가치판단이 배제된 의미의 단어였다는 것...(그럼에도 우리는 공산주의는 스스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하며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의 근거임을 고매한 윤리, 혹은 도덕, 사회 시간에 교육 받았고, 12년간 주입된 교육의 효과는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흑과 백을 자연스레 분리시키는 조건 반사적 사고를 충실히 행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스탈린에 대한 피상적으로 느낀 혹독한 평가는 전쟁의 위협에 대비해 국력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외적인 강제가 스탈린 시대에 주어졌다는 것과 그로 인한 근본적 모순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함이 더 주요한 시대적 요소였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스탈린의 폭압정치와 권력투쟁 자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미-소의 대결을 전제로 하는 냉전시대 속에서의 환경적 요인이 더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우리는 '역사성'을 토대로 사고하고 인식할 때 보다 명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에서부터 맑스-엥겔스의 초기/후기 사상, 제1,2차 인터내셔널, 러시아 혁명과 레닌, 코민테른과 스탈린, 그리고 중국혁명과 마오주의, 새로운 맑스주의라 칭하는 웨스턴 맑시즘, 아시아 공산주의에 까지 이르는 맑스주의에 대한 방대한 흐름과 맥락을 역사성에 비추어 잘 조명하고 있으며, 현재의 서유럽 사회민주주의의 형성 과정과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공산주의로와의 갈림 등 일반인이 알기 쉬운 문체로 잘 설명하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역시 제대로 된 리뷰를 쓰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저자는 마지막 글귀에서 맑스주의를 그것이 생성되고 실천으로 옮겨진 역사적 구체성을 떠나 이해하려는 접근은 전적으로 비맑스적이며, 맑스주의가 역사적이라는 것은 단일한 맑스주의란 있을 수 없고 최소한의 동일성을 공유하는 상이한 복수의 맑스주의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맑스주의들이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 차이는 왜 발생하며 이 차이들의 실천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접근방법은 역시 맑스주의의 역사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 날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 야만적인 억압과 가혹한 착취(동의 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에 많은 고통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의 사회가 아주 공정하고 착하고 올바른, 그래서 살기 좋고 나날이 행복한 그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과 구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대안들이 그동안 제시되어 왔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대안이었던 맑스주의에 대해서 이를 참조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그리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정치적 견해들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절대적인 보편 타당성을 지닐 수는 없을 것이며, 현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여러 주장들 역시 부분적인 수용과 보완을 통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상식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측면에서 맑스주의는 너무나 가혹한 심판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가슴 아픈 현대사의 특수성은 더더욱 반공주의에 대한 세뇌로 점철되어 왔으니 맑스주의에 대한 가혹한 심판의 문제가 극도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서양 고대철학 전공자가 저자에게 '왜 아직도 낡은 맑스를 공부하느냐'고 비웃듯 물었다는 이 형용모순적 물음이 일반적 대화속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며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이 현대 생물학과 다르다고 해서 아르스토텔레스가 아무런 가치 없는 낡은 사상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듯이, 유독 맑스주의에 대한 가혹한 심판에서 벗어나 보다 유용한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이까지 함께 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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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깽Ol

    아.....아바나님이 답답하다하시니...전 더 답답하군요..어려워~

    2010.10.25 20:36 댓글쓰기
    • 아바나

      그래도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듯이 잘 쓰여 있어서 읽기 불편함은 없습니다. 제가 기본 지식이 모자라서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그게 답답했던 거였답니다.
      저 리뷰 쓰면서 별 몽땅 준 책 별로 없거든요~ 이 책 왕 추천!!

      2010.10.25 21:19
  • 이책 차암~ 쉽죠잉~~ 스탈린,레닌 대한 해석이 내 아는 것과 달라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어떤 이론이든 정책이든 역사와 사회상황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수 없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고 나니 역사공부를 하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데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어요. 나는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내가 되었다. 역사로부터 자유로울수 없겠죠..전쟁중에 태어난 부모가 받은 교육, 식민지하에서 태어난 조부모가 받은 교육...어떻게 내가 나란 존재가 여기 있는지 생각을 좀 해보게 됐어요. ㅎㅎ 저도 이책 왕 추천~~

    2010.10.26 19:44 댓글쓰기
    • 아바나

      어떤 판단을 할 때, 사실 자체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만들게 되는 배경,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특히 스탈린에 대한 새로운 관점, 현재 유럽의 사민주의 형성 과정도 흥미로왔고,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후, 서유럽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혁명이 일어나 주지 못한 것이 참 아쉽(?)더라구요. 만일 그랬다면 세계사는 정말 정말 다르게 쓰여졌을 겁니다. 물론,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가정'이란 무의미하지만요.^^

      2010.10.26 20:00
    • ㅋㅋ 다시 보니 그러네요..사회는 가정에 영향을 주지만 가정은 전혀..아무것도...그저 투표나 한번할까....아 우리는 이렇게 살다가 가는건가요??? 비오면 떠내려가는겁니다. ㅎㅎ

      2010.10.31 03:39
  • 임승수

    이 책 참 좋지요. 주옥같은 책입니다.

    2010.10.28 15:52 댓글쓰기
    • 아바나

      새움 사이트에도 들어가 봤는데, 운영이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깝더라구요. ㅜ.ㅜ

      2010.10.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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