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이었다.
난생 처음 그림 전시회라는 것을 내 발로 들어가 구경했다. 이태원의 작은 갤러리...
'일기쓰는 마음'이란 주제로 전시된 작품들, 자그마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따뜻함? 섬세하면서도 아담한 그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며 나도 모를 문화적 충족감을 맛보았다고 할까?
어렸을 때 부터 유독 손재주가 없어 미술시간에 그림이나 무슨 만들기 같은 거를 하게 되면 온통 손에 덕지덕지 풀찌꺼기 같은 것으로 더러워지기만 했을 뿐, 정작 결과물은 내가 봐도 참 볼 품 없었다. 늘 그랬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그래서 나는 미술을 잘하는 사람이 정말로 부럽다.
아무튼, 그러한 내가 일부러 처음 찾아갔던 개인 작품 전시회는 신선했다. 그리고 이 한권의 책을 주문했다. 물론, 그 전에 최수진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몇 점의 그림들을 보고 '와~ 멋지다~!'며, 감탄사를 내뱉긴 했었지만 솔직히 내가 이런 류의 책을 구입까지 해서 읽어보거나 하지는 않을 터인데...아마도 그 때의 전시회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참 미안하게도 1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음..읽는다는 말보다는 감상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낀 감정들과 또 그 안에서 그린 그림들과 손글씨(이것도 그림의 일부라고 봐야할 것 같다. 어떻게 삐뚤삐뚤 그렇게 잘 쓰는지 신기하다.), 그리고 일기형식의 하루 하루 일상이 솔직, 담백하게 스며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선 따뜻한 색채에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 참 마음에 들었고, 그리 길지 않은 글 속에서 작가의 솔직함과 유머스러움은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피식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 책의 분류가 여행서적으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베트남 여행을 위한 정보 획득 목적으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미술서적으로 분류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해 본다.
핑크빛이 나는 책 표지의 그림도 그러하지만, 책 속에 들어 있는 하나 하나의 그림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고 내 책장에도 이런 서정적(?)인 미술책도 꽂힐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참,참..
이번에도 책속에서 새롭게 좋은 음악을 알게되어 즐거움을 더한다.
Juan Luis Guerra Letra의 Burbujas de Amor!
물론, 뜻도 모르지만 한없이 즐겁고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