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그 이상일 수 없는 참혹함, 인간성을 피폐하게 만들고 그 어떤 정당성에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전쟁!
전쟁은 인류 역사와 함께 지속되어 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피를 부르는 전쟁이 진행중이라 한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휴전=전쟁중'의 상태인 우리나라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이 책은 2003년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로 한 평화를 갈구하는 '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 30여명이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편지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그 긴박한 상황과 처참한 현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개개인의 심리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진정 소중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해 준 책이다. 또한 그 소중한 가치를 위해 개인의 목숨까지 져버리며 몸으로 실천하는 그들의 용기와 인간적 면모에 커다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진정성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기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활동은 그야말로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를 위해 소위 '인간띠, 인간방패'라 불리우는 휴먼쉴드 활동(미국의 폭격이 예상되는 장소에 민간 활동가들이 모여 있음으로 하여 폭격을 방지하고자 하는 활동)과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오히려 이라크 바그다드 한 복판으로 들어가 진정 이라크 민중의 입장에서 함께 고통을 나누었고, 바로 그 입장에서 모든 사실들을 외부로 전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숨막히는 현장에서 몸 사리지 않는 리포터의 역할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잘못이 없는, 미사일이 방안까지 밀고 들어와 다리가 끊어지고, 왼쪽 다리에 기생충을 앓고 있음에도 또 폭격을 당해 누워 있는, 축구하는 아들을 데리러 가다가 길에서 폭격을 맞아 누워있는...바로 이들의 입장에 서서 생생한 현장의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그 어떤 이유를 붙인다 해도 이해시킬 수 없는 미국의 부당한 전쟁, 미 군산복합체와 이제는 '재난자본주의'로 까지 일컬어지는 더럽고 추악한 자본의 이익, 누구를 위한, 과연 승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가장 비인간적인 행태인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담론을 굳이 펼치고 싶지는 않다. 이 책 속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본다면 누구라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관련 자료를 읽거나 보지 않는다고 해서 그 뻔한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느낄 수 없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도 자국민을 보호한다던 우리의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의하며, 아무 연관성 없는 이라크 민중에게 총을 겨눈 댓가로 알 수 없는 얄팍한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혹은 미국의 보복 전에 알아서 먼저 기어가겠다는 결정과 실행에 대한 비판 또한 굳이 적고 싶지 않다.
정작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를 위해 몸을 던져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들은 요르단에서 이라크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을 찾아가 어렵게, 어렵게 이라크로 들어가게 되며, 또 어떤 이는 이라크에서의 활동으로 추방당하기도 한다. 전쟁이 곧 발발한다는 소문이 횡행할 때, 그들은 고민한다. 과연 이라크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나의 목숨이 온전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누가 승리할지라도 갖은 고통과 힘겨움만을 안겨 줄, 이라크 민중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 그들은 승리자가 될 수 없는 이 무모한 전쟁에, 그리고 내 한 몸 그 안에서 몸부림친다고 한들 결코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연 나의 행동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또한, 자신도 정말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정말 그 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품에 안긴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을 제쳐놓고 혼자 도망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겁많은 자신은 스스로 도망쳐 빠져나올지 모른다는 생각 등 갈등하는 모습...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어떠한 순간에 고뇌하며 고민하는 모습들이 아주 솔직하게 적혀있다.
누가 그 순간의 개인의 선택을 도덕적, 혹은 일방의 주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 중 누구가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격전의 현장으로 가기를 거부했거나, 혹은 누구가 그 안으로 들어가 나도 이라크 민중들과 전쟁의 순간을 함께하겠다고 한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과연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나는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몸소 실천했음에 경외로움을 느낀다. 또한, 목숨을 바칠만큼 간직해야 할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것에도 솔직히 부러움을 갖는다. 나는 내 목숨을 내버리고 지켜내야만 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글 속에는 한없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소중한 경험들이 더더욱 커다란 자산으로,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충분한 자양분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한번 그들의 사고와 행동, 용기와 실천에 무한한 감동과 더불어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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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의 도서 검색 화면에는 판매지수라는 것이 있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책의 판매지수는 849,975 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판매지수는 얼마일까? 12 ! 120,000 이 아니라 12 이다.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사서 읽었으면 정말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