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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도서]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답답한 어머니의 얼굴이...
우리 어머니는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신 만큼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이시다.(어무니, 죄송~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정말 그랬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했으면 요령도 터득하고 그랬어야 정상이라 생각하는데...이건 뭐, 세상물정을 몰라도 어쩜 그렇게 모를 수 있는 것인지...진짜 속된 말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않은(아, 울 어머니는 조금 많이 특이한 경우이기에 그 누구라도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않을 것이지만...아무튼~) 아버지와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아무튼 조금 특이한 스타일이시다. 아. 맞다, 이럴 때는 이렇게 표현하는 거다.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시다,라고...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고, 잔소리 많고, 그 많은 말 속에 논리 정연함은 부족하고...그래서 또 답답하고...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그 선한 심성을 가진 어머니의 얼굴이...
그 세상물정 모르고 답답한 구석이 많은 어머니의 마음은 우리 집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선하신 분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을 포함시켜 객관적으로 볼 때도 역시 그러하다. 나는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 선한 마음을 지닌 어머니께 그딴 식으로 대해 왔음을 알기에... 분명 내 마음은 그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지헌 남매들과 같이 입으로, 행동으로 그딴 식으로 대해 왔기에...아니, 그들 보다 훨씬 더 못돼 쳐먹게 행동했기에...
나 뿐만이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자식'이라 불리우는 그 어떤 이들의 마음 한 구석에도 '엄마' 혹은 부모님에 대한 응어리진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감추어 졌던, 굳이 끄집어 내려 하지 않았던 그 미안함과 죄송스러움,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이 자꾸 내 안에서 꿈틀거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해 했음을 고백한다.

얼마 전, 미국판이 출간된 이 책에 대해 미국의 어느 평론가는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이라고 했단다. 솔직히 나를 알고 있는 인간들 중에서 내가 이래봬도 감수성이 풍부해서 책이나 영화 보면서 간혹 잘 운다고 말한다면 아주 굉장한 비웃음의 펀치를 날려주던지, 오바된 긍정으로 극도로 강한 부정을 표시할 x놈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역시 강하게 추측된다. 밝혔으니 말하자면,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가슴 후벼파는 불편함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저 미국의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억지로 쥐어 짜내는 울음을 유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뻔히 전개될 내용의 큰 줄기가 그러할 것이라는 거야 제목만 봐도 쉬이 짐작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크리넥스 소설로 불리워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소설이란 장르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가장 커다란 장점은 마구마구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측면 보다는 그동안 잊고 있던 나의, 우리들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아주고 그것을 빛내는 데 아직 늦지 않았음을, 아니 지금이 아니면 늦을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역할에 더 비중이 실린 듯 하다. 어쩌면 부모, 자식간의 관계라는 것이, 특히 자식의 입장이라는 것이 '시간'이라는 변수와 함께 맞물려 마음 속에 있는 그것을 100%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기회 자체를 놓쳐 버리는 일이 대다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실기한 후에, 또다른 가슴 아픔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후회를 하곤 한다. 인간이기에 원래 그러한 것이라고 한마디로 말해 버리기엔 그 안타까움이 너무나 크다. 그것보다는 바로 지금(!) 마음 속 무엇을 꺼내어 어설프게나마 행하는 것이 현명한 이의 태도일 것이다.

'엄마'는 과연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엄마의 꿈 많았던 소녀시절 부터 아릿다운 아가씨 시절에 불리우던 이름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왜 우리는 나의 그 시절, 그 기억들은 내 것으로 소중히 간직하려 하면서 엄마의 그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일까. 엄마는 그저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엄마'(의 모습)라고만 여겼을까. 그건 과연 엄마의 잘못일까?

책속의 엄마에 대한 딸들의, 아들의, 남편의 뒤늦은 후회와 죄책감은 바로 읽는 '나'의 죄책감일테지만, 오빠 형철의 말과 같이 그렇게 엄마의 삶이 불행하지만은 않았던 것 아닌가, 어쩌면 이렇게 우리가 엄마의 삶을 불행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조섞인 한마디에 나는 강한 동의를 표하고 싶다. 힘들고 괴로운, '나'는 없고 오로지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살아 온 엄마의 삶이 그동안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제서야 눈을 뜨고 현재의 관점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명백한 오판이며, 그 부정적 관점 역시 실종되고 나서야 존재감을 느끼게 된 우리들의 마음 속 치유할 수 없는 죄책감의 발현이라 생각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어머니의 얼굴을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릴 수가 없다.
유난히 엄마 젖을 오랫동안 만지면서 잠을 잤었다. 솔직히 내 기억에 초등학교 1학년 쯤 손 씻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 만지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친구나 누가 알까 쪽팔려서 그러하질 못했다. 내게도 '이성'과 '자제'라는 것이 무의식중에 생기는 때 였나 보다. 
어쩌구 저쩌구 효도하겠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조만간에 집에 가게 되면 그 날은 조용히 엄마의 이부자리 옆에 함께 누워 잠을 청해야 겠다. (가만, 아부지는 우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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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생명은 소중해

    아무리 훌륭한 자식이라도 부모의 은혜를 못 갚을 겁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죠. 지금 나를 있게 한 존재인데요. 마치 공기나 물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부모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것을 자꾸 까먹습니다.ㅠㅠ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실천이죠. 그래서 저는 올 가을에 부모님과 제주도에 갈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아직 제 부모님은 제주도도 못 가셨습니다.)

    2011.04.26 09:13 댓글쓰기
    • 아바나

      좋은 계획중이시네요. 따뜻한 시간, 가슴 벅찬 시간들 함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2011.04.26 11:03
  • nineone91

    우짜긴 우째요... 님이 가운데에서 자면 돼죠~~

    요즘에 드는 생각~~ 말 상대 해드리는 게... 돈보다 더 좋은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쩍~~

    2011.04.26 13:34 댓글쓰기
    • 아바나

      그게 또 생각같이 잘 안되고 그러더라구요. 아무튼 제가 가운데서!

      2011.04.26 16:12
  • ㅋㅋ 아부지도 안아주세요. 아부지도 외로우실 겁니다 ㅋㅋ

    저는 미쿡분 평을 읽고는 ...참 이기적인 평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쉬...
    헌데 나 참 그런게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질 못했네요 ...미쿡평론가보다도 더 나쁜 사람같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근데 생각보다 아바나님 감상적이시당!!

    2011.04.28 17:42 댓글쓰기
    • 아바나

      생각보다...
      그 '생각'은 어째서 자리잡은 '생각'인가요?ㅎ

      2011.04.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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