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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도서]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목수정' 이라는 이름은 작년 이 맘때, 한국 국립 오페라단 합창단의 전원 해고 관련, 음악가 정명훈과의 일화를 통해 처음 알았고, 레디앙 게시판에서 그 일화와 연관된 수많은 논란을 지켜보며 그녀에 대해 발동된 호기심은 2008년에 출간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리뷰: 목수정을 말한다)>이라는 그녀의 단행본을 읽게 만들었다. 나는 작년에 그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불어 그 책을 참 많은 이들에게 권하기도 했었고, 지금도 역시 누구에게라도 그 책을 추천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그 책을 나는 작년 8월쯤 읽었는데, 참 멋들어진, 동시에 그녀와 잘 어울리는  제목을 정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며 몰입하며 읽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내가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두 번째 단행본인 본 도서 <야성의 사랑학>이 출간되었는데 전작과 비교할 때 제목이 너무 유치 찬란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안 읽었다. 물론, 내가 책을 읽을 때 제목에 따라 선택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안 읽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번에 다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딸 칼리는 이제 어엿한 다섯 살 숙녀가 되어 같은 반 친구 가브리엘을 미래의 남편으로 점찍고 가슴 콩닥거리며 살아가고 있고, 그녀의 남편 희완과 그녀 자신 또한 자유로운 영혼을 간직한 채 모든 억압을 거부하며 당당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 자신도 덩달아 흐뭇함을 느끼기도 했다.

목수정은 이번에는 '야성'이란 단어를 꺼내 놓았다. 가장 원초적 욕망인 '사랑' 마저 방해하는 무기력증에 빠진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야만'이 아닌 자연과 가장 가까운 '야성'의 감성으로 거침없는 '사랑'을 종용하고 있다. 왜 한국 남자들은 더이상 길거리에서 차 한잔 마시자며 그녀들을 쫓지 않는가.하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유교문화, 그리고 이와 절대 무관할 수 없는 여성문제, 나아가 '성(性)'에 대한 인식과 행동, 억압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치열한 해법찾기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그 어떤 사회적 통념과도 타협하지 않은 진정한 사랑을 종착역으로 제시한다. 그 기저에는 역시 페미니즘적 사고가 녹아들어 있음을 그녀 역시 부정치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녀의 페미니즘적 사유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그녀의 남편 희완과 같이 쿨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기술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청산되지 않은 유교문화는 오히려 더욱 더 커다란 여성위주의 조처들이 취해져야만 어느 정도의 수평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더 많은 여성위주의 사회적 행동들이 좀 더 과격하게 증진되어야만 그동안 한없이 추락된 나락에서 조금이라도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피땀흘려 쟁취하지 못한 그 '무엇'은 역으로 또 그렇게 쉽게 빼앗길 개연성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진작에 청산한 유교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대단한 예의인양 보편적인 정신적 바탕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수많은 여성에 대한 억압은 합리적, 이성적으로 판단해 볼 때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렇게 습관되어 온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고 머리로 받아들여 억압을 억압이 아닌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게다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왔을 뿐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는 눈부신 여권신장이 있었고, 지금과 같이 여성이 살아가는 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 반문은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시간에 따른 상대적 비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굳이 OECD 국가들을 거론하며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나라와 엇비슷한 생산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의 수평적 비교에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어린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 구체적으로는 성(性)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르치는 부분들이었다. 아직 내 자식이 없는 나 역시 동일한 방법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그러한 생각들 때문에 책 속의 꽤 많은 문구들을 블로그에 직접 타자쳐서 보관하기도 했다.(정확하게는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기에 인상적인 부분에 포스트잇을 꽂아놓아 두는 일상적 행위를 하지 못하므로...) 그러나 또 한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뼈절이게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해방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여성해방 없이는 노동해방, 인간해방이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형용모순이기 때문이며, 당장에 해방까지 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잔뜩 기울여져 있는 저울추를 수평 가까이에 가져가기 위한 노력들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궁극적으로 '야성'을 발휘한 '사랑'을 말했다. 
나는 '여성 해방'을 말한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야성의 사랑학>은 <여성 해방학>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제목은 거시기 했다만, 역시 목수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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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랑

    목수정에 관한 리뷰를 두편이나 읽었네요.덕분에..아직 책으로 접하지는 못했지만,자기만의 색깔이 선명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2011.05.23 23:55 댓글쓰기
    • 아바나

      목수정이 쓴 두 권의 책 모두 추천할 만 해요.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그래도 첫번째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택하고 싶어요~ㅎ

      2011.05.24 00:41
  • nineone91

    그 부분은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어린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이라든지...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든지........ 혹... 밑에 있는 포스트가 그 쪽글들일지도...??

    2011.05.24 14:10 댓글쓰기
    • 아바나

      음...인상깊은, 실행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물론 저는 그렇게 교육받지 못했지만요...
      전부는 아니지만 아래 쪽글들과 다른 퍼온 글에도 어느 정도 나와 있어요.

      2011.05.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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