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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영화] 두 개의 문

개봉일 : 2012년 06월

김일란

한국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2011제작 / 20120621 개봉

출연 : 권영국,김형태,류주형,박진,박성훈

내용 평점 4점

 

독립 다큐 영화로 벌써 6만의 관객을 동원한 <두개의 문>은 2009년 1월, 용산참사라고 불리워진 비참하고 끔찍하며, 잔인하고 가혹한, 자본과 속물의 제국이 잉태한 부끄러운 우리들의 씻을 수 없는 자화상을 되돌아 본 기록물이다.

 

나는 이 독립영화를 '이털남'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알 수 없는 내 안의 꿈틀거림은 ;반드시 내 돈 주고 봐야만 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작용되어 상영관을 찾아 헤매이며 ;관람하게 되었다.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씨네센터'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수는 나를 포함하여 단 8명 뿐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가며 다른 관객들의 모습을 보니 괜한 반가움(?)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2009년 1월의 싸늘한 새벽은 2012년 8월의 무더위 속에서 한편의 독립영화로 인해 다시 한번 ;그날의 참혹함과 시위대가 망루에 올라간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경찰 대테러 특공부대를 ;투입하며 그렇게 무리하게 진압을 했어야만 했는가, 아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또한,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내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2009년 12월경,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라는 제목의 바로 이 용산참사에 대한 도서가 ;출간되어 ;바로 책을 구입해 읽으며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리뷰->다음 내리실 역도 용산참사역입니다.) ;

 

영화 속 법정 증인 진술에 ;나오는 경찰특공대 ;1제대장과 특공대원들의 육성녹음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들에게 결코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종의 측은지심이 생겼고, 그들 역시 이 미친 세상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시위자들을 조속히 진압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고, 그들은 동료 특공대원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까지 그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생지옥과 같은 현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그들 역시 분명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생활할 것 같다는 생각은 그들의 육성진술을 들으며 어렴풋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내에 밝혀질 그날의 모든 사실들은 어쩌면 이들을 통해서 더더욱 선명하게 세상에 드러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결과적으로 남일당 옥상에 올라간 시위대 5명과 그들을 진압하러 출동한 경찰특공대원 1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그 어떤 제대로 된 사실의 규명도, 그 어느 누구의 제대로 된 책임도 없이 이 사건은 '전철연'이라는 조직된 전문 시위꾼들에 의해 불법행위를 자행한 시위대들의 유죄로 마무리 되었으며, 총 3천여 쪽의 검찰 조사 기록 중 2천여 쪽에 달하는 최초 조사 기록(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피해의 확산 등 공권력의 과실을 수사한 부분)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채, 의혹으로만 남겨져 있다.

 

어차피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한몸 건사하기도 버겁고 힘든 삶 속에서 무슨 오지랖으로 별놈의 것에 신경 다쓰고 사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찌보면 그 말이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으로 내 한몸 건사하고 버겁고 힘든 삶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남일당 옥상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은 그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어쩌면 내 자신 자체일 수도 있다. 그 날의 참사에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침묵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후일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서도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잔인한 진압이 쉬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야만적인 공권력의 행사는 결코 개별 정권의 특성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될 것 같다.

 

자꾸만 잊혀져 가는 것이 두렵다. 쉽게 잊을수록 얽히고 섥힌 이해관계 속에 더 다치고 더 피해보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 영화는 참 재미없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무서운 한 겨울 새벽녘의 ;시위현장과 급박하고 무서운 진압과정이 생생하게 화면속에 진행된다. 이 재미없는 기록 영화가 벌써 6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한다. 독립영화로 6만 관객은 일반 영화로 100만 관객 동원 이상의 효과라고도 한다.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번 올림픽을 관전하며 긍정적으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금메달만을 외치지는 않는 듯한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들도 모두 집단적으로 성숙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발전된 내면의 성숙이 올림픽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속에도 함께 녹아졌으면 한다.

참 재미도 더럽게 없는 이 영화를 보다 많은 이들이 더 ;관람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불어, 2009년 1월 그 잔혹한 현장에서 시위대와 시위 진압대의 입장에서 이 미친 세상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마감해야 했던 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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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안철수씨도 보고 언급했다지요. 저도 이젠 암울하고 우울하고 어둡고 심각한 영화는 안보고 싶어져요.ㅠㅠ

    2012.08.07 02:41 댓글쓰기
    • 아바나

      나이 먹어가니까 더 그런것 같긴 한데...그래도 꼭 봐야지~ 하는 영화나 책들이 있더라구요.^^
      쌍용차 문제를 다룬 공지영의 <의자놀이>도 그 중 하나...

      2012.08.09 21:44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공지영씨 하종강씨하고 '의자놀이' 출판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나 봐요. 트윗에서 좀 논란이 벌어지던데..

      2012.08.10 01:56
  • 콩순이

    아바나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반가운 마음에 우선 인사부터 드리러 왔어요. ㅎㅎ 지금 나가는 중이니 리뷰는 이따 다시와서 읽을게요..^^*

    2012.08.07 11:01 댓글쓰기
    • 아바나

      에고...반갑습니다, 콩순이님..블록질을 한번 안하니까 더 뜸하게 되더라구요.. 잘 지내시죠?ㅎㅎ

      2012.08.09 21:46
    • 콩순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2012.08.12 01:00
  • 스타블로거 헤시오도스

    편파적인 보도가 이루어 졌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은 뉴스만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는 그런 일이 벌어진거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2013.01.07 15:10 댓글쓰기
    • 아바나

      오랜만에 제 블로그에 왔어요. 헤시오도스님 댓글 감사합니다.

      2013.01.0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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