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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도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박신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난 놈과 못난 놈의 차이, 혹은 성공하는 사람, 비범한 사람과 범인(凡人)의 차이를 굳이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똑 같은 현상을 접하거나 똑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단편적이고 일반적인 사고에 멈추는 사람과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까지 이르러 의구심을 갖고 사고의 폭을 넓혀 그 속의 의문점들까지 속속들이 파고들며 기어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면 이 책을 쓴 저자는 분명 난 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박수치고, 그 해박한 역사지식과 예리한 문제의식에 감탄만 하고 있기에는 행간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가 너무나 의미심장하다. 넋 놓고 책 읽는 재미에만 빠져들었다가는 자칫 저자의 소중한 외침을 놓쳐 버리고 마는 우를 범하기 쉽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다.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그림을 감상할 때 반드시 저자, 감독, 화가의 의도대로 읽고, 보고, 감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자, 혹은 관객은 스스로 그 어떤 형식으로든 자유롭게 자신만의 느낌을 향유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작품 속에 담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독자나 관객들이 그 의도대로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작자가 매우 흐뭇해 하고 고마워 해야 할 일이지만, 설령 그러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거나 잘못 감상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받아 책장을 넘기며 <작가의 말>을 훑어 읽는 도중에 띵! 하고 내 머리를 울린 부분은 바로 "나는 황인종 한국 여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라는 저자의 말이었다. 본문을 읽어보기도 전이었지만, 그 핵심 구절을 통해 본문은 적어도 주체적인 입장에서 신선한 시각과 관점으로 글이 전개될 것이라 유추할 수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 기대와 부합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서문을 다 읽고 책 제목이자 첫 번째 글인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먼저 읽지 않고 저 뒤편의 <제제네 집이 가난한 이유_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편>을 먼저 읽었다. 목차를 살펴보았을 때, 그 많은 익숙한 동화, 이야기들 중에 나도 모르게 어릴 적 내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든 제제와 뽀르뚜까 아저씨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것 같다.

마케팅의 관점으로 볼 때, 궁금증과 호기심, 흥미를 유발하는 책 제목과 내용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그 성공을 보다 더 값지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올바른 관점 때문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다. 혹자는 삐딱하고 비판적인 시선이라 이야기할 지 모르겠으나 흥미로운 동화 속 이야기와 역사적 배경을 친절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외된 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여실히 느낄 수 있으며, 역시 우리들이 그 동안 세뇌 아닌 세뇌 과정을 통해 를 중심으로 나의 시선이 아닌 그들을 중심으로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고해 버린, 때문에 한발자국 물러서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한번 바라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과 인식을 행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게끔 해 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교과서에도 실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비둘기는 프랑스어로 울지 않는다>의 이야기는 이에 대한 아주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저자인 박신영님(내겐 껌정드레스님이 더 익숙한)은 블로그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람으로, 내가 한창 블록질을 할 때, 맛깔스럽고 유머러스한 글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시선이 맘에 들어 자주 왕래 했었다. 덕택에 좋은 영화와 책도 추천 받아 보고 읽기도 했는데, 그 중 '바더마인호프' '타인의 삶'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지인이 작가로 데뷰했다는 소식이 참 반가웠고, 첫 데뷰작인 이 책의 내용이 재밌고 의미있어서 더 좋았다. 출간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2쇄를 찍었고, 요즘에는 여기 저기 강연도 바쁘게 다니는 것 같아 이 역시 축하할 만한 일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흥미 위주로 시선을 집중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본인의 생각과 목소리를 좀 더 담으려 했다고 한다. 또한 출판과정에서 작가의 의도와 출판사의 입장 때문에 다소 어려움도 있었고 하고 싶은 더 많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혹은 좀 더 오바 해서 말한다면 자기의 글이 활자화 되어 독자들에게 읽히게 되는 모든 작가라고 한다면 그저 글 잘 쓰고 쇼킹한 소재와 주제로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감동을 주는 것으로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우리 사회가 보다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 어떠한 형식으로든 기여를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소위 작가’라고 불리우는 자들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삐딱선은 정상적이지 못한, 똑바로 나아기지 못하는 배이지만, 지금이 우리 모두 그 배에 함께 승선해야 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책 속에서 끊임없이 품어 온 의구심, 해법과 같이 어쩌면 삐딱선이 삐딱한 방향이 아닌 정상적인 방향일 수도 있으며, 모두 함께 승선해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삐딱선 아니라 거꾸로 가는 배라도 함께 타야 할 것이다.

 

한 명의 좋은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퍽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아주 조금이라도 연관있고 개인적 친분이라도 있다면 더 친근하지 않겠는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껌정드레스 박신영 작가님, 아니 껌정님(나는 블로그에서 껌정님이라 부른다)께서 부디 좋은 작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으며, 앞으로 나올 후속 작품 속에는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속 시원하게 더 적극적으로 해 주었으면 한다. 출판사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책 팔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을

 

* 2월에 읽어 놓고 이 놈의 게으름이 4월이 되어서야 리뷰를 쓰게 만든다.

  잘 좀 읽고 부지런히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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