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이번 달 지점 회식은 1차 영화관람, 2차 소고기 사묵기(비싼 한우로!)로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체육대회 때 인원이 가장 적은 우리 부서에서 당당히 3등을 차지한 탓에 추가 50만원의 예산이 확보된 터라 가능한 식단이다.
인원은 총 10명, 남직원 나 포함 5, 여직원 5이다. 뭘 볼까 고민들 하다가 뭐 10명이 꼭 같은 영화를 볼 필요없다는 생각에 각각 보고 싶은 거 보기로 결정! 난 1순위 위대한 개츠비, 2순위 고령화가족, 다른 직원들은 보통 아이언맨과 분노의 질주를 택했고, 적당한 시간을 고려해 <분노의 질주>와 <고령화 가족>으로 압축되었는데, 나와 여직원3명은 <고령화가족>, 남직원 4명과 여직원 1명은 <분노의 질주>를 각각 관람했다.
원작자 천명관은 몇 년 전 <고래>를 통해 처음 접하면서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당시 <고령화가족>은 읽지 못했다. 원작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했지만 역시 '천명관스러움'이 넘쳐난다. 일단 유쾌하고 복잡 다단하며, 예측불허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보인다. 배우들 역시 개성넘치는 연기로 각각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아닌가 싶다.
잠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이 영화가 내게 전해 준 생각이다. 가족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피가 섞인 집단이라고 너무나도 상식적인 해석이 가능한데, 영화를 보면 굳이 혈연으로 엮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가족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누가 봐도 완전 콩가루 집안이라 생각할 수 있는 상황들이지만, 역으로 누가 봐도 사랑으로, 마음으로 하나되는 순수한 인간들의 모습이다. 너무나 배타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 속 장면 중 두 가지 대사가 생각난다. 모처럼 가족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순간, 옆 테이블 손님과 대판 싸우고 모두들 시무룩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돌아오는 길, 엄마(윤여정)는 혼자 웃으며 한마디를 내 던진다.
"아무리 어려워도 똘똘뭉쳐 힘을 합쳐 이겨내는 것. 그것이 가족이다." 라는 취지의 말.
또 하나는 인모(박해일)가 한모(윤제문)를 찾는 조폭으로 부터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 내 뱉는 멋진 대사. 유일한 대졸자에 비록 흥행에 실패해 쪽박 찼으나 영화감독 출신의 유식하고 유창한 말들이 단어 그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인류는 인간의 창조성으로 시간을 더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그러한 고귀한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는 각종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는 취지의 말.
두 번째 인모(박해일)의 대사와 연기는 정말 멋졌는데,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을 개같이 취급한 당신들에게 그 어떠한 협조도 할 수 없다는, 그것이 꼭 자신의 형을 변호하려는 의도가 아닐지라도 진정으로 고개 끄덕여지면서 어쩌면 가장 가치있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놓치 말아야 할 커다란 한 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현실이라는 미명과 핑계로 인모와 같이 당당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배우들을 보면 쉽게 인정하겠지만 누구 하나 멋진 연기를 펼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중에서 최고를 뽑자면 한모 역할의 윤제모씨를 뽑겠다. 코믹한 연기를 떠나서 감정 속에 드러나는 움틀거림은 관객들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나는 재밌게 영화를 봤는데, 같이 본 직원 4명의 반응은 반반이다. 영화를 보고 횡성한우 집으로....그 날 소고기 값이랑 영화랑 팝콘이랑 등등 73만원 나왔다.ㅠ.
다음 달에는 과천 경마장, 혹은 잠실 야구장을 계획했는데 혹시 재밌는 회식 프로그램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