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아마도 난 영화를 비디오 테입을 통해 본 것 같다. 1988년도에 제작되었으니 정확히 25년 전이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어떤 영문인지 이 영화에 대한 감동과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인상 깊게 본 모양이었다. 한참 동안, 그것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재개봉 소식을 듣고 내 마음이 많이도 설레였던 모양이다. 부랴부랴 찾아간 상영관도 씨네코드선재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극장인데 오랜만에 가 보니 역시 괜찮았다.
중학생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동과 20년 넘게 지난 시점에서의 영화는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흥미진진함과 기대를 머금고 장장 세 시간에 걸친 재관람은 다시 안도의 숨을 쉬게 만들었다. 영화가 선사하는 감동과 더불어 예전에 느꼈던 두근거림의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비슷한 감정을 영화 장면 속에서 가져보는 것도 꽤나 괜찮은 기분이었다. 음...뭐랄까..씨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키스 씬만을 편집한 영상을 극장에서 보는 느낌? 비슷한가? 아무튼...영화의 완성도와 미적 감각, 그리고 재미...또 그 안에서 관객 개개인이 평하고 느낄 수 있는 그 무엇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무삭제판인 세 시간의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즐거움과 평온함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조금 안된 시점에서 리뷰를 쓰려하니 그 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나질 않는다. 역시 영화든 책이든 리뷰는 그때 그때 바로 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런 류의 영화 참 좋다. 게다가 지난 시절의 추억마저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다. 나이를 먹어가니 지금과 같은 일이 하나 둘 씩 더 생길 확률이 높다. 아무튼, 좋은 영화, 좋은 시간...꿋꿋하게 혼자 객석에 앉아 자~알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