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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GV)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GV)

개봉일 : 2013년 09월

백승우

한국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2013제작 / 20130905 개봉

출연 :

내용 평점 4점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는 줄도 몰랐다. 메가박스에서 개봉한지 하루만에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전관 개봉을 취소한다는 보도가 매스컴에서 주말 내내 보도하기 전까지...

 

3년 전, 2010년 3월의 기억은 출근길에 라디오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설전을 벌이던 무슨 무슨 학자들의 논쟁으로 가득하다. 46명의 사상자를 불러 일으킨 천안함 사건에 대해 최초 국방부의 진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번복이 더해졌고, 두동강이 난 천안함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진상조사 결과 역시 뭔가 깔끔하지 못한 결론으로 의혹만이 더해 졌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항상 그렇지만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사라진다. 혹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어떠한 집단적 사고가 개별사항에 일반적 사실로 둔갑한다. 아니, 그러하기를 강요 받는다. 아주 자연스럽게...시간의 흐름과 함께..

때문에 이제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의 발표, 즉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의해 피폭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부정하려 하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몰려 빨간색이 칠해진다.

 

그리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속에 출연해 증언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는 상식을 가진 이라고 한다면, 과학적 추론을 통해 현상을 접근한다면, 그러한 정상적인 사고를 행할 수 있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꼭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나 역시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았고, 인터넷 상에 수없이 떠도는 의혹과 자료들은 더더욱 정부 발표의 신빙성을 의심케 만들었지만, 201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은 그러한 생각을 하면 안되는 모양이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조용환 대법관 후보의 신중한 말 한마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만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에 국가관과 대한민국의 가치 훼손을 운운하며 부결시킨 사례는 그야말로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과연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물론, 기술한 바와 같이 기본적 이해력과 상식을 가지고 있는 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정확한 답은 못 찾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xxx 는 아니겠구나.하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왜 우리는, 왜 이 사회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가. 왜 집단적인 그 무엇을 통해 개인의 답답함을 가중시키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과연 이러한 사회는, 우리의 환경은 민주주의인가?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백승우 감독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기 보다는 이러한 의견과 주장을(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 바로 영화의 주제이자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라고 이야기 한다.

 

이승복 어린이와 마유미는 내 초.중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커다란 충격적 사건이었다. 도덕책 속에 공산당에 의해 입이 찢겨진 이승복 어린이, 운동장에 전교생이 나와 kal기 폭파에 대한 규탄집회까지 강제로 해야 했던 때...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고 사실로 알았던 여러 가지 것들이 대학이란 공간에서 스스로의 의식을 형성해 나가며 상당수 거짓으로 판단되었을 때 느꼈던 배신감과 허무함을 아직도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기억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분명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알지 못하는 '힘'에 의해서 그 사실이 아닌 다른 사실로 생각해야 하고 믿어야만 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더구나 사실이건 아니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름의 논리를 토대로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그토록 배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일방향으로의 쏠림은 파시즘으로 향하기 아주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파시즘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며 반대할 것이다. 말과 의식으로는 그러하면서 정작 우리의 행동은 고스란히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부터 이석기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러면서 더더욱 개인의 사고와 행동의 자유로움을 제한하고 나도 모르게 내 머리 속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며 거북함으로 살아가게끔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북한과 대치되어 있는 분단 국가 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불편함인 것인지...

표창원 교수가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마무리 하며 언급한 볼테르의 명언은 이 영화의 존재이유와 함께 역행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나는 당신의 의견과 주장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권리는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함께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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