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차베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 책은 얼마전,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며 궁금증을 자아냈던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차베스'에 대하여... 또한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남미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 책이다.
난 베네수엘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미스베네수엘라'이다.
또한, 그동안 차베스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글쎄, 잘 모르지만 독재자?
뭐 그정도일 것이다.
'미스베네수엘라'와 '독재자'라는 어떻게 보면 전혀 대표성 없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에 대한 이해와 지식(결과적으로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두 단어가 무의식중에 기억나는 것은, 역시 '언론'의 영향력일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별다른 관심과 공부 없이 머리속에 어떤 무엇인가가 기억나는 것은 생활속에서 매스컴을 통해 전달받은 그야말로 피상적인 사실들에 대한 조합일테니 말이다.
이 무의식중에 떠오르는 타국, 타인에 대한 위 두가지의 중립적(베네수엘라)이고, 부정적(독재자)인 이미지는 지극히 서방의 눈으로 바라본 의견과 비평일 뿐이다.
책속으로 들어가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와 차베스를 만나게 되면 이러한 나의 무지와 몰이해로 인한 머리속의 피상적인 생각은 그 허물을 벗게하며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남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나라와 인물은 쿠바의 카스트로&체게바라, 브라질의 룰라대통령 정도?
베네수엘라가 원유생산 세계2위의 나라인지도...천연가스가 풍부한 나라인지도...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난에 허덕이는지도...독재자 차베스가 아니라 미국과 거기에 기생하여 자본적 이익을 추구해온 기존 세력에 대항하고 절대다수의 지지를 기반으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당한 대통령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물론, 차베스는 군인 출신으로 대부분의 개도국의 현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군부의 힘을 조직화하고 쿠데타를 실행하지만, 결국 실패와 함께 감옥행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지극히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선거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정통성 있는 정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미국만이 그들을 부정하고 질타할 뿐.... 왜? 모두 알다시피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를 부정하고 그에 편입되지 않으려는 소수 몇개국중의 하나니까...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아닌 차베스의 놀라운 정책 중 하나인 석유를 이용(?)한 국민(빈민,소외계층,중산층까지도...)의 의료혜택의 증진, 곧 삶의 질을 향상시킨 점이다.
차베스는 집권 후, 그동안 미국 정유업계에 팔아넘겼던 정유기업의 국유화를 단행하고, 석유수출을 함에 있어 쿠바에 무상 또는 저가에 석유공급을 하는 대신 세계 제1의 쿠바 의료진을 베네수엘라 빈민촌 등지에서 진료토록 하는(단순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1:1 진료가 가능한 실질적인 의료혜택_이는 쿠바의 제3세계 빈민국에 대한 대외 의료정책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의료혁신을 이루었고, 이는 물론 100% 무료이다. 더더욱 놀라운 차베스의 석유수출은 심지어 미국의 빈민층에게까지 난방유에 대한 저가 공급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사회민주주의의 대명사이며 가장 진보적인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실행하고 있다는 서유럽의 현실(지분의 일부를 노동자에 분할& 이사회의 임원에 노동자 선임)보다도 더더욱 발전한 소위 '노동자 참여 경영'이라는 방식으로 모든 계획과 실행(쉽게 말하면 경영진과 스텝진, 그리고 노동자)을 노동자 자신이 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베스가 집권후 개정한 헌법의 내용 중 성차별을 없애고 남여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정치적 경제적 모든 사회분야에서 뿐 아니라 가사노동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광우병으로 떠들썩하고, 이명박 정권의 입(소통 운운)은 살아있되, 귀는 막혀있는...그리고 80년대 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하는 퇴행적인 시위진압으로 그야말로 혼돈스러운 지금의 시점에서 과연 이러한 일련의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모순과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말할 수 없고, 요구할 수 없고, 또 후한이 두려워 공식적인 입장조차 꺼려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뜨겁고 애정어린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