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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1집을 내고 꼭 20년이 지났다. 20년 동안 앨범을 9개 냈으니 2년에 한 장도 못 낸 꼴이고, 8집이 2001년에 나왔으니 무려 5년이 지나 신보를 낸 셈이다. 오래 기다렸다. 정말. 좋은 앨범 내느라 애 많이들 쓰셨겠다. 덕분에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종종 생각하는 건데 시나위와 블랙홀은 정말 비교가 된다. 결성시기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만 빼면 두 밴드는 너무 대조적이다. 시나위는 정통 메틀로 출발했지만 이후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 왔고, 신대철을 제외한 멤버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반면 블랙홀은 지금껏 헤비메틀이라는 한 길만 오로지 파 오고 있다. 멤버도 지금까지 딱 한 명 바꿨다. 두 팀을 보고 있으면 딥 퍼플(시나위)과 레드 제플린(블랙홀)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앨범을 내면서 신대철을 뺀 나머지 3명은 죄다 뉴페이스다. 보컬 강한은 상명대 경제학과 재학중으로 오디션을 봐서 뽑혔다고 한다. 드럼 이동엽은 과거 ''블랙신드롬''의 멤버였고, 베이스 이경한은 프로젝트 밴드 ''D.O.A.''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쯤 되면 ''시나위=신대철''이라고 봐도 별로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신보에서는 다소 낯선 변화들이 눈에 띤다. 1번 트랙 ''날 잊지 말아줘''는 정말 시나위 같지 않은 곡이다. 6번 ''Merry go round'' 역시 시나위의 곡이라고 하기엔 너무 발랄하다. 음악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시나위인 만큼 이젠 정통 록에만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8집에서도 시타를 사용하고 포크적인 느낌의 곡도 삽입하는 등 적잖은 변화의 조짐이 보였는데, 9집도 그 같은 노선을 잘 따르고 있다.



신대철은 이제 좋은 소리를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 정도 사운드라면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신대철은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대가라 할 만하다.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도 바로 그의 기타소리다. 최고다.



한데 보컬은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영 ''에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 시나위에서 항상 임재범이나 김바다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음악적 변화에 부합하는 보컬을 기용한다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보컬 강한의 발성과 발음에 귀를 기울이다가 닭살이 돋는 경험을 하는 건 나뿐일까?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다. 내지를 때의 힘은 괜찮은데, ''가면'' ''슬픔은 잊어'' 등의 앞부분에서 허스키 없이 조용히 부를 땐, 웁스. 왜 이리 부자연스럽게 들리는거냐. 마치 모범생이 어울리지 않게 양아치 말투를 흉내는 듯한 느낌이랄까.



''Pride of Korea''를 자처하는 시나위인데, 어째 좀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시나위가 있었기에 오늘날 이 정도로나마 국내 가요계에 록이 자리잡을 수 있었겠지만, 정작 거기에 기여한 시나위는 응당 받아야 할 관심을 못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안돼 보인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20년씩 끌고 왔겠지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Down with illegal MPs!!! ㅡㅡ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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