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으로 직진’,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세상의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손을 어루만지는 햇살이었다. 언젠가 들었던 훈이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지수야, 아무리 어두워도 주저앉지 마. 바늘구멍 같은 한 점의 빛만 있다면 그 빛을 향해 직진해야 해.’” 그리고 ‘햇살 속으로 직진’은 책에 나오는 자살 생존자(다른 말로는 자살 유가족) 모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의 얘기를 풀어놓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 책에 있던,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는 나만 아는 아늑한 곳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 주인공인 ‘지수’가 세상을 표현한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디론가 숨고 싶지만 숨을 곳이 없는, 그런 막막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겐 그런 경험이 종종 있다. 공황이 왔을 땐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온몸에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 갑작스레 찾아왔을 때, 멈춰선다 해도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그럴 때면 아늑한 곳이 필요했다. 그러나 없었다. 이러다가 곧 죽겠다는 생각만 떠올랐다. 할 수 있는 건 고작 병원에 가서 약을 받는 것이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모든 게 미웠다.
“약을 먹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게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선뜻 먹겠다는 대답이 안 나왔다. 왠지 약을 먹으면 정말 내가 ‘아픈 사람’이 되었다는 낙인을 찍는 것 같아서 힘이 빠졌다.”
- 다행인 건 치료를 받은 지 1년이 넘어가는 지금 나의 치료는 단순 감기를 치료하는 것만큼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 것이다. 무뎌진 것일 수도 있고 호전된 것일 수도 있으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해주신다. 단지 아픈 거라고. 다른 사람들처럼 잠시 아픈 것일 뿐이라고.
“그 어떤 호기심도 그 어떤 슬픔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고.”
- 사람의 장례식에 가면 이 말을 알게 된다. 그게 내 혈연이라면 더욱 가슴이 미어지도록 다가온다.
“끝없는 화. 끝없는 눈물. 그보다 더 진이 빠진 건 끝없는 후회 때문이었다.”
- 우울증에 걸리게 된 이유. 아니 우울증이라고 확진받기 전에 내가 죽음을 생각하게 된 이유.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한강 위를 지나갈 때면 항상 죽음을 생각했던 이유. 다른 건 없다. 후회의 늪에 빠졌다. 아직도 완벽히 벗어나오진 못했다.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때 한 마디라도 건넬 걸... 이 생각은 나를 잠식했고 결국 나를 삼켜버렸다.
“죽을 때까지 못 할 것 같아요.”
- 생략되어 있는데 ‘극복’을 가리킨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유가족, 그걸 보던 나, 혼자 이유를 생각하던 나, 그리고 호기심이 확신이 되었을 때 후회로 점철된 나. 극복... 하고는 싶으나 하지 못할 것.
“나는 처음으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 생존자가 되어 가장 바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살 1위에 매년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구장창 학교에서 들었었는데 내가 관련자가 될 줄은 몰랐다. 자살 생존자가 된 이후로 나는 평범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자살각”을 얘기하면 ‘지수’처럼 욱하고 싶었다. 너희들이 자살을 아냐고, 유가족의 표정을 봤냐고. 그걸 겪었으면 그 얘기는 못할 거라고. 여전히 평범하게 살지는 않고 있다. 평범해지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문장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살아보기로 했다”이지 “살아가고 있다”가 아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