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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도서] 살인자의 쇼핑몰

강지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중학생 시절부터 씨름 선수의 덩치와 남다른 깡과 사십대 노안을 갖고 있던 삼촌 '진만'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홀연 사라진 뒤, 조카 '지안'이 태어나기 하루 전날인 20년 만에 나타난다. 지안이 여덟 살 되던 해 할머니의 장례식 날, 삼촌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다시 집을 나가 한 달 만에 돌아온다. 그리고 삼촌이 전화 받고 사라진 날, 지안의 부모님도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다. 아빠가 엄마를 살해했고, 아빠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치정에 의한 살인과 자살이라 했다. 그때부터 지안은 창고를 운영하는 잡화상 주인 삼촌과 단둘이 살아가고, 삼촌은 최선을 다해 조카를 키운다. 지안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자취방을 얻어 따로 살던 어느 날, 삼촌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달려가 시체안치소에 누워있는 삼촌을 확인한다. 


선도부장에게 하키스틱으로 80대를 맞고도 멀쩡했던 삼촌, 서울에서 산 맥도날드 햄버거 마흔여덟 개를 산타처럼 짊어지고 교실에 나타났던 삼촌, 뇌염 예방주사가 무서워 학교 담을 넘어 도망간 삼촌, 종이학을 잘 접는 삼촌, 강수지를 좋아했던 삼촌, 학교 토끼 사육장을 담당했던 삼촌. 나는 그들 곁에서 무릎을 모으고 앉아 소년 정진만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p38-39


삼촌의 발인 날 아침, 초등학교 친구 정민과 삼촌의 2G폰에 3백만원이 입금된 것과 통장 잔액이 8억에 달하는 문자를 보게 된다. 정민은 학교를 휴학하고 삼촌 쇼핑몰에서 모바일 버전 쇼핑몰을 제작하는 알바를 했었다고 한다. 삼촌이 그간 보여준 외관과 달리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삼촌이 없는 세상에서 지안이 해결할 첫 번째 과제는 고객으로부터 입금된 3백만원을 환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삼촌의 잡화상 'thehelp.com'에 접속했지만 접속된 게스트는 진만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이에 지안은 진만이 죽었고, 자신이 그의 가족이라고 전하자 "그럼 너도 오늘 안에 죽겠네?"(p53) 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남긴다.


소규모 잡화상이었지만 모든 문마다 최첨단 도어록이 설치돼 있어 보안에 상당히 철저했다. 사이트 주소창에 더헬프닷컴 주소를 타이핑하자 주소가 바뀌면서 'murthe-help.circle' 사이트가 열렸다. 죽은 삼촌의 복숭아뼈 밑에 새겨진 'murthe'라는 문신의 비밀 속에는 특별한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지하 웹세계가 열렸으며, 각종 총기류와 극약 등의 위험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해 방법을 서로 공유하거나 각자의 사연을 늘어놓으며 교류하고 있었으며, 지안과 메시지로 접속했던 게스트는 진만의 죽음을 기뻐하고, 쇼핑몰을 약탈할 기쁨에 도취돼 있었다. 


곧이어 삼촌의 중국어 교사라는 삼십대 여성 '민혜'가 찾아오고.. 

국화 한 다발을 들고 오는 우체국 직원..

번호판 없는 검정색 스타렉스 두 대에서 내린 대다수의 사내들..

삼촌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빈소를 찾은 수상한 조문객, '샤먼(그림자)'..

자신을 쇼핑몰 스태프라 소개하는 혼다 동생 '브라더'..


진만의 고객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취미로 살인을 즐기는 자와 직업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전문 킬러다. 그린 코드를 가진 사람은 살해하면 안 되는 것이 그들의 규칙이고, 지안과 삼촌만이 해당된다. 진만은 딥웹에서 총기류 커스터마이징의 장인으로 불렸으며, 삼촌이 유명해진 계기는 '베일'이라는 킬러에 의해 가족을 잃은 뒤부터였다. 베일은 진만의 무기를 독점하고 싶어했지만 거절당했고, 보복으로 진만의 무기배달원인 '혼다'를 죽였다. 다음 타깃은 암으로 입원 중인 할머니였고, 마지막 도발은 치정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채 희생된 지안의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진만은 베일에게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을 완전히 노출해 등급별로 코드를 부여했다. 저격 킬러는 레드, 독살 프로는 블루, 스파이는 퍼플, 뒤처리 업자는 옐로, 그리고 그린 코드다. 진만은 과거 혼다를 통해 수집된 킬러들의 사진과 거래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 자신과 지안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인도 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정보를 공개하고 자멸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유일하게 코드를 얻지 못한 킬러는 베일이었고, 삼촌이 사라졌던 한 달은, 베일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삼촌은 지난 13년간 지안을 훈련시켜왔다. "잘 들어 정지안", 으로 시작하는 삼촌의 말 속엔 유사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이 숨어 있었다. 홀로 자취를 시작할 무렵, 삼촌은 모형 권총을 직구해(실은 진짜 권총이었지만) 총 잡는 방법을 손이 아플 정도로 진지하고 서늘하게 가르쳐줬다. 삼촌이 원하는 중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철저한 보안이 숨어있을 무식하게 덩치 큰 가구들도 끼고 살았다. 그것이 모두 조카 생존을 위한 도구였으며 은퇴 이후와 노후준비의 삶을 고민한 흔적이었다. 여러 정황상 삼촌을 죽인 범인은 킬러나 살인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삼촌이 무기밀매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반인은 얼마나 될까? 그가 누구이든 삼촌을 제압해 살해하고 지안을 끌어들였다. 주인이 없는 쇼핑몰은 약탈이 시작될 것이며, 미친 살인마들과 무기 공급을 원하는 킬러들은 쇼핑몰이 붕괴된 순간 지안을 제거하려 들 것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모든 걸 받아들이고 매뉴얼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삼촌의 수입과 죄책감과 후유증으로 성장한 지안은 더는 모른 척, 아닌 척 살아갈 수가 없다.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빼도박도 못한 채 쇼핑몰의 주인 노릇을 하는 수밖에 없다. 삼촌은 한 소녀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냈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위임했으며, 지안은 격투 현장에서 약탈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민혜는 삼촌이 자살이 아닌 살인자들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했다. 늘 킬러들에게만 총기를 렌탈해주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촌을 살해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지안은 누구든 용의자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도 없고, 호의와 적의를 구분할 수도 없다. 누가 진실을 얘기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가? 스릴러의 공식이 그렇듯, 모든 위험한 인물은 언제나 예상 밖 인물이라는 것, 세월은 나약한 인간을 비열한 냉혈한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무방비한 제방과 같이 허를 찌르는 반전이었고, 뒤에 일어난 또다른 반전은 서두에 이야기한 모든 것을 역전시키기도 한다. 강지영 작가는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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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삼촌과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리뷰 올라온 것을 봤는데, 스릴러고 반전이 있는 킬러들의 이야기인 모양이죠. 잘 읽었습니다.

    2020.03.07 23: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76페이지의 적은 분량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금방 읽히는 소설입니다.. 재밌고 흥미로운 소재예요~ㅋ

      2020.03.09 23:05
  • 스타블로거 져니

    굉장히솔깃한소재네요~오우~!!바로장바구니담아요~^재미있는책알려주셔서감사합니다~^ㅎ

    2020.03.08 00: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ㅎㅎ 져니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즐독하세요~ ^&^

      2020.03.09 23:06
    • 스타블로거 져니

      ㅎㅎ별탈없이지내고있습니다.오늘주문했는데..내일바로왔음좋겠어요..빨리읽고싶어서~^;;;ㅋ예란님도..별탈없이잘지내고있으신가요??^ㅎ

      2020.03.12 14:30
  • 스타블로거 초보

    ㅎ~ 일단빠져들었고요...
    민혜가 범인이 아닐까 언뜻 드는 생각이네요. 잘지내시죠?

    2020.03.09 23: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앗~! 빠져 들었다니 감사합니다..ㅋ
      그렇잖아도 초보님께 마악 쪽지 드렸는데..
      댓글을 보니 넘넘 반가운 거 있죠~ㅎㅎ

      2020.03.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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