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네의 끝에서』는, 천재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마키노 사토시'와 국제 칼럼리스트인 '고미네 요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랑은 작가의 말처럼, '요즘에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울림이 있다. 사랑에도 향기가 있다면, 이들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그윽함이라 해도 좋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고목나무에서 피어나는 향기라 해도 좋겠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데뷔작 《일식》을 통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할 정도로 첨예한 지성을 지닌 작가다. 《일식》이 '고전의 향기가 묻어날 듯한 형식미를 가진 소설'이라는 소개처럼, 이 소설 역시 그 표현을 끌어다 써도 무방할 정도로 문장의 깊이와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마키노와 요코는 애초에 미혼이었으나,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서로를 그리워 하는 모습은 흡사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숱하게 많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어긋났을지 모르나 서로를 향한 마음은 한 번도 비껴간 적이 없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이따금 찾아드는 고독감 속에서, 인생의 전환점이나 막다른 기로에 서 있을 때, 서로를 보고 싶어하고,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이 부분에서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생각나게도 했다. 함께 있으면 설레임도 없고 고달픈 일상이 지속되는 관계, 우리는 그것을 서글프게도 '가족 또는 부부'라고 이름 짓는다. 마키노를 소유했으나 진정한 제 것이 되지 못한 사나에의 관점에서 들려준 '예수를 둘러싼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관계'는 신앙처럼 사랑해온 남자에 대한 불안 심리가 완곡하면서도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뻔뻔함까지 드러난 부분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마키노에게선 형언할 수 없는 음악적 고뇌가 엿보인다. 특히, 듀오로 함께 활약했던 다케치의 죽음은 나와 같은 범인(凡人)을 본 것 같아 충격이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범인이 품고 가야 할 열등감은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타고난 천재성을 어찌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현실에 순응하면서 조력자나 조연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면 조연과 엑스트라는 누가 할 것인가. 소수의 천재에 가려진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대표한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시리면서 많은 생각을 품게 했다.
소설의 기본 베이스는 사랑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2천년 대 시대적 비극과 인류사에 남을 이라크 사태를 위시한 국제 정세, 과거 부모 시대에 발생한 나가사키 원폭 투하(1945년), 유고슬라비아 민족주의(1991), 도덕적 해이도 불사한 뉴욕 월가의 탐욕 등의 비판의식도 담겨 있다. 마키노와 요코, 두 사람은 각자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슬럼프를 경험하지만 상대가 겪었을 고통을 미리 헤아려, 도리어 사랑을 버림으로써 사랑하는 완숙미를 보인다. 물흐르듯 완만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마티네(matinée)는, 낮에 펼쳐지는 공연으로 아침, 오전 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유래하였다. 마티네는 낮 시간이 자유롭거나 저녁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생, 아동, 주부, 노인 등의 관객층을 타겟으로 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활용된다(시사상식사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