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글자 없는 단어이자 의미 있는 상징이다. 색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색채일 뿐 아니라 그 안에 신분, 신호, 성별, 세대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문화적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색과 다른 색을 어떻게 조합하고 결합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오묘한 존재다. 그래서 색을 이해하는 것은 역사와 현재, 상징과 문화, 산업과 디자인, 사진과 영상 등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은 <디자인을 위한 컬러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색채와 관련한 일을 하는 실무자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 색이 쓰이지 않는 곳은 없기에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책이다. 색의 상징이나 의미에 대해 다룬 책은 여럿 있지만, 이 책은 특히 색 범위와 팔레트 구성까지 자세하게 싣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책은 크게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 중성색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색깔마다 색 범위와 팔레트에는 (색을 다뤄본 사람이라면 흔히 들어봤을) CMYK, RGB와 함께 PMS(Pantone Matching System)를 수치로 표시하고 있어 정확한 색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저자는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Top 10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인 전공 교수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색의 문화적, 역사적 및 사회적 의미에 대한 안내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개별 색들을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문화적 이슈와 연결고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광고, 디자인, 제품, 포스터 등에 쓰인 다양한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을 보면 주황, 노랑, 빨강, 보라처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색 명칭도 있지만, 푸크시아, 오커, 스칼렛, 샤르트뢰즈처럼 무슨 색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 생소한 이름도 있다. 마치 ‘티파니 블루’, ‘에르메스 주황’하면 아는 사람은 얼른 그 색을 떠올리지만, 모르는 사람은 무슨 색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페이지들을 펼쳐 보면 ‘아, 이 색이구나’하며 광고나 포스터, 사진으로 접했던 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색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우리의 일상과 문화에 늘 함께 있기 때문이다.
색은 우리가 옷을 입을 때나 집안 인테리어 컬러를 매치할 때도 일상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포스터나 브로슈어, 전시장 벽면 색 선택에 이르기까지 업무적으로도 늘 고민되는 부분이다. 하나의 색을 선택하고, 거기에 어떤 색을 같이 곁들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쪽에서 말한 빨강과 저쪽에서 이해한 빨강이 다를 수 있고, CMYK와 RGB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 같은 색이라도 모니터와 인쇄물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옷 컬러 매치를 잘못하면 그날 하루 기분이 찜찜하고 말 뿐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도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색의 이해와 활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디자인의 90퍼센트는 설득’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멋져 보여서가 아니라 그 디자인이 옳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색을 다루고, 색을 활용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말이다. ‘모든 색은 다른 모든 색들과 어울릴 여지가 있다’는 저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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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