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인들의 생활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불편함을 넘어 많은 부분들이 전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정전이 되는 순간, 우리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활동 거의 대부분을 할 수 없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나치게 전기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생활, 의식 없이 누릴 때는 한없이 편하겠지만 의식하거나 전기가 끊기거나 부족하게 되면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18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은 '전기가 없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어느 날 도쿄 전체에 원인 불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았던 정전은 점점 길어지고 주인공 가족들은 도쿄를 떠나 시골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기로 한다. 그런데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전거로 여행을 시작한 가족들은 무사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엄마가 말을 걸어도 아빠는 TV에 딸은 스마트폰에 빠져 살고, 아들은 헤드폰을 끼고 대답을 하지 않는, 대화가 단절된 도시의 가족이 '정전'을 겪으면서 생존을 건 도쿄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마냥 웃으면서 볼 수는 없는, 마음 한편이 답답한 영화였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소재로 삼은 '정전 사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따끔따끔 우리가 전기에 중독되었다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하루를 돌아보았다.
- 아침에 일어나서 생수 한 잔을 마신다. 생수 한 잔은 정수기에서 나오니 전기를 사용한다.
- 그러고 나서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 불을 켜니 전기를 또 사용한다.
- 청소를 한다. 청소기 또한 전기를 사용한다.
-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저런, 스마트폰도 전기를 사용한다.
- 좀 움직였더니 더워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켠다. 전기가 많이 사용된다.
-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 머신 전원을 누른다. 아이스커피를 위해 냉동실에서 얼음을 찾는다.
-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쌀을 씻고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요리를 한다.
-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전기를 빼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지금 이 글도 노트북으로 작성하고 있으니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환경 문제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나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 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각종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냉장고 문 자주 열지 않기, 에어컨 적정 온도 유지하기 등 많은 캠페인과 광고를 통해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함이 인식을, 노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은 날씨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생활하기 힘들다. 힘겨워하는 지구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어느새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에 지고 만다. 이런 일상 속에서 『따끔따끔 우리가 전기에 중독되었다고?』 는 많은 자극을 주었다.
'전기 중독'이라 표현할 만큼 전기를 펑펑 소비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고마운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전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의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활동을 한 실천가의 목소리로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힘을 지니고 독자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를 비난하거나 잘못을 꾸짖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힘을 모아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나가기를 격려하고 있는, 연대의 글이다.
『따끔따끔 우리가 전기에 중독되었다고?』 는 전기의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전기가 우리 일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탈레스가 호박을 가지고 실험하여 '정전기'를 알아내었다는 이야기는 '전기'에 대한 인간의 탐구가 얼마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에디슨이 처음으로 상업 화력 발전소를 지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터빈을 돌리는 다양한 재료들에 대해서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그리고 기후환경 요금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와 환경을 연결 지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기가 발전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았으니 전기가 어떻게 우리 집까지 오는지 알아볼 차례이다. 전기는 전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집에서 발전소까지 거꾸로 떠나는 전기 여행으로 그 과정을 알아본다. 외장 배터리가 재밌게 설명해 줘서 친구들이 흥미를 가지고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전기 여행을 다시 한번 짚어줘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기 여행을 따라다니다 보니 가슴 아픈 소식들을 들었다. 사용량이 많은 도시에서 먼 지역에 발전소가 지어지기 때문에 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전기의 특성상 송전탑을 곳곳에 설치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송전탑으로 인한 지역주민들과 정부 간의 갈등이 잦다고 한다. 송전탑과 송전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많이 진행되었지만 다른 입장들을 보이는 논문들이 있어서 송전선 위험 전압에 대한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우리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라 한 번도 전기가 우리한테 오는 과정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나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우리가 편하게 누리는 전기 이면에 송전탑 부근의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이 스며있다고 생각하니 전기를 절약해야겠다는 생각과 고마움이 절로 들었다.
뜨거운 감자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내용을 따로 다루고 있다. 그만큼 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발전소이다. 근래에 있었던 일본 후쿠시마 발전소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통해 우리들의 경각심을 깨우고 있다. 탈원전을 외치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우리나라도 동참했으면 한다. 효율보다는 안전과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전기 중독에서 벗어나 지구를, 우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루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에 2022년 현재 350개가 넘는 기업들이 가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지역 중심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사실에 힘을 싣고 있다. '에너지 자립' 활동을 통해 지역, 마을 단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 발전 시설이 가깝기 때문에 전기가 이동하면서 생기는 전력 손실도 줄어들고 송전선이 지나는 마을의 피해도 없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이미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마을 이야기를 통해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였다.
우리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전기 독립 방법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있는 『따끔따끔 우리가 전기에 중독되었다고?』 전기를 사용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슬기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책이다. 우리 모두, 노력해서 전기 중독에서 벗어나 봅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