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왠지 어색하고 거북하다.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해야 감정을 수용할 수 있고 발산할 수 있다.
우리는 희로애락, 기본적인 4가지 감정뿐만 아니라 그 정도와 결에 따라 다른,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대체로 긍정적인 감정은 잘 표현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감추거나 표현하기를 꺼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다 이유가 있고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렇게 느끼는지 감정의 주인인 자신이 깨닫고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풍성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건 참 어렵다. <나의 쓰담이> 속 별이도 자신의 감정과 그로 인한 상처를 외면하고 부정하려 한다. 당당히 마주 보지 않고 도망치려고 하는 별이 앞에 '쓰담이'가 등장한다. 이 쓰담이는 사람들의 다친 감정을 쓰담쓰담해서 감정 시간이 잘 가도록 도와주는 존재이다.
"같은 시간이지만 느끼는 감정에 따라
시간이 길어지고, 짧아지지.
어떤 시간은 특별한 감정이 섞여
마음에 영원히 남아.
반대로 감정이 다치면 시간이 흐르지 않아."
"널 아프게 했던 일을 얘기해 줘."라고 말하는 쓰담이.
하지만 별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도 꺼내기 싫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만 싶다.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해서 운동장 가운데 세워져 있는 박을 콩주머니로 터트렸다.
탁, 탁탁, 쫙! 박이 터졌다.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목구멍이 짜릿하다.
쓰담이와 함께 하면서 자신이 억누르고 있었던 마음속 말들을 하나씩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마음도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 이후 별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이 쓰담이가 되어서 운동회 이어달리기 대표를 정하던 날로 돌아가 있었다. 자신인 별이를 따라다니면서 지켜본다. 아니, 말을 걸었다. 하지만 과거의 별이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이제 별이는 지켜보게 된다. 이어달리기 대표가 된 날부터 운동회 총연습날까지 영화처럼 눈앞에서 그 시간들이 펼쳐진다. 그러고는 왜 화가 났는지를 깨닫게 된다.
부풀어 오르는 '화'를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참거나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이렇게 끝내는 게 옳을까?
<나의 쓰담이>는 '화'에 집중하지 않고 '화가 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알려준다.
왜 화가 났는지를 자신이 깨달아야 '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참거나 짜증을 부리는 것은 그냥 감정이 태도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왜 화가 났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화'를 풀 수 있다.
별이는 '화'가 아니라 왜 자신이 '화가 나는지'를 엄마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 보영이에게 털어놓았다.
<나의 쓰담이>에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인 '열심히'가 등장한다. 그로 인해 마음을 다친 별이가 마음속 말들을 진실되게 털어놓으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를 믿고 정말 열심히 하고 더 나아진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은 큰 상처이다. 그 상처가 곪지 않도록 쓰담쓰담 해줄 수 있는 쓰담이를 만나서 다행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살펴보면서 자신을 다치지 않도록 해주는 쓰담이를 곁에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잘 들여다보는 것부터가 쓰담이를 만나는 시작이다. 우리의 감정 시간도 잘 흘러서 별이처럼 밝게 웃기를 바란다.
유혜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쓰고 그린 책이라 더 힘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돌볼 수 있는 힘을 안에서 직접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더운 여름에 여름아이 출판사의 첫번째 동화책 <나의 쓰담이>를 많은 여름아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여름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