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

5년여의 비행을 마치고 학생들의 취업 멘토링을 하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N잡러 김연실(연티리쌤)이 들려주는 비밀 이야기는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 승무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인 티웨이 항공사를 퇴사하기까지 그녀의 사회생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생 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면서 손님을 상대하며 서비스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감한 그는 학교까지 대차게 때려치우고 매니저가 되었다. '서비스업'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더 큰 곳에서 일해보고 싶던 찰나에 언니가 혹하는 조언을 해주었다.
"너도 승무원 해보는 거 어때?"
목표가 생기자마자 승무원 학과에 지원해서 승무원의 'ㅅ'도, 비행의 'ㅂ'도 몰랐던 저자는 승무원 준비생이 되었다고 한다.
서비스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니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타인의 요구에 맞춰서 응대하고 기분을 살피고 더욱이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에 도전하는 저자의 당찬 행보 앞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당차고 의욕 넘치고 능청스러운 저자의 비행 일기는 우리가 만나고 보는 단정하고 깔끔한 유니폼 속의 승무원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승무원을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탑승 시 유의할 사항과 지켜야 할 매너는 안전한 비행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연티리쌤의 분노를 부르는 일부 몰지각한 사용자들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들이 통쾌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능숙하게 대처하는 포스에서 승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 연티리쌤에게 취해버렸다.
저자가 근무할 때 5대의 비행기를 소유했던 귀여운 티웨이 항공사의 비행기 수가 지금은 20대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작은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연티리쌤 시절 자칭 라떼와는 시스템이 달라졌다.
이제는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티웨이 항공사의 과거와 함께 성장한 연티리쌤의 비행은 일단 재미를 선사하고,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그들만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든 똑같다는 사실을 웃음과 기지 그리고 애증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잘 어울리는 그림이 책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상상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 승무원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다채로운 맛을 선사한다. 여러 글 중 '나는야 오늘의 판매왕', '저도 안 타는 게 편합니다', '동화 속 세상은 늘 아름답길' 다음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비행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상 상황들과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투철한 직업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다 승무원이 되었지만 열심히 달려온 연티리쌤의 비행은 칭찬 도장과 직장 동료의 인정으로 더 빛났다.
5년여의 시간 동안 막내를 거쳐 사무장까지 된 그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티웨이 항공을 퇴사하기로 한 것이다. 부록인 <전직 승무원이 밝히는 승무원의 속마음>편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안에 결정의 이유들이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승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팁과 함께 예행연습 같은 책이 될 것이고, 우리 일반인은 승객과 승무원의 일반적인 관계를 넘어 승무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간접 체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