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일까. 전공 시간에 예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수님은 '빛'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보는 형태와 색채. 그 모든 것이 빛이 없으면 불가능했기에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 모든 것은 빛을 본다는 행위의 결과라는 말이었다. 짧지만 지금까지도 예술하면 그때 들었던 그 말이 떠오른다.
『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는 바로 그 빛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저자는 빛을 언급하지 않지만 컬러가 곧 빛의 다양한 결과기에 빛의 관점으로 보고, 읽어나갔다.
저자는 서문에서 "색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색’을 키워드로 재해석한 명화 80점을 고대 동굴벽화에서 현대 미술까지를 담아낸다.
지금이야 이름도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색들이 존재하지만, 합성 안료가 제작되기 전까지. 화가들은 원하는 안료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했다. 납과 수은이 함유된 안료로 그림을 그리다 요절하거나 병을 얻었고 값비싼 안료를 사용할 때는 사용범위까지 계약서에 명시할 정도로 안료는 그림을 완성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누구나 물감을 살 수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장만하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을 그리기 위해 야외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물감을 담을 수 있는 용기가 개발되면서부터다.
책은 작품과 설명 그리고 칼라스킴을 함께 담아낸다.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미리 기본 칼라스킴을 결정하고 작업을 시작하지만 회화는 이런 식의 칼라스킴 자체가 드물어서 그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제목과 칼라스킴을 본 후,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순서로 읽어나갔다. 잘 알려진 익숙한 그림들도 색채를 위주로 보게 되니 색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그림 자체만 보다가 안료가 개발되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 색채를 중심으로 보니 그림이 더 풍부하게 보인다고 할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을 만나게 되나 기대감이 생겨난다.
뜻밖에 알게 된 건 뉴턴과 같은 과학자들이 안료 개발에 현격한 역할을 했다는 것.
완성된 결과물만 접해 온 대중들에게는 한 가지 색의 안료가 개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의 발견과 노력이 존재했는지 알게 된다. 왜 과거에는 착용하는 옷의 색상으로도 신분을 구분할 수 있었는지. 특정 색이 특정 시기에 갑자기 회화에 많이 쓰이게 된 배경 등은 색채와 시대가 어떤 연관을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사례다.
많은 브랜드들이 컬러 마케팅을 하고, 매년 팬텀사가 올해의 색을 발표하면 그 색채들이 다양한 형태로 트렌드를 이끌 만큼 색의 정체성이 강조되는 지금. 색채를 중심으로 바라본 회화의 역사를 통해 색이 인류의 역사와 과학,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