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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도서] 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정유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가 쓴 작품 중 4대 비극은 햄릿, 맥베서, 리어왕, 오셀로이며, 5대 희극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5대 비극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셰익스피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중적인 작품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싶다. 특히 199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시절의 외모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 또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590~1613년까지 쓰인 그의 작품이 아직까지도 인기 있고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극작가였던 벤 존슨은 그를 두고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영국 문학뿐만 아니라 영미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영미권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려면 그의 작품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한다.

 

뜻대로 하세요1599~1600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1564년생인 셰익스피어가 30대 중반 정도에 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소설책처럼 서술형식으로 쓰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품은 희곡으로 쓰여져 있다. 학창시절 문학의 밤 공연을 위해 연극 대본을 본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본 희곡이라서 그런지 감회가 남달랐다.

 

뜻대로 하세요에는 총 21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연극은 총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롤란드 드 보이스 경의 죽음 후 모든 재산을 상속 받은 장남 올리버는 막냇동생인 올란도를 시기하여 그를 죽일 계획을 짠다. 한편 전임공작에게 왕위를 빼앗은 프레드릭 공작은 본인의 딸 실리아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전임공작의 딸 로잘린드를 반역죄를 뒤집어 씌워서 죽이려 하고, 실리아와 로잘린드는 함께 남장을 한 채 아덴 숲으로 도망치게 된다. 형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걸 알게 된 올란도도 형을 피해 달아나다가 아덴 숲에 다다른다. 레슬링 경기에서 만난 로잘린드를 사랑하게 된 올란도는 아덴 숲 나무마다 그녀를 위한 시를 적어 놓게 되고, 가니메데스로 분장한 로잘린드는 올란도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걸로 깨닫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희곡의 스토리와 플롯은 단순하다. 한 쌍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희곡의 묘미는 스토리가 아니라 뭐니뭐니해도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에 있다. 난 이렇게 처음부터 과격한 말들을 쏟아내는 연극을 본 적이 없다. 자신을 싫어하는 형 올리버에게 한마디도 지지않고 대응하는 올란도가 실로 대단해보였다. 우리네 문화에서는 동생이 형에게 대드는 모습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배웠는데, 올란도는 형의 말들을 재치 있게 받아 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올란도다. 처음부터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란도

아담, 저쪽으로 가 있어.

형이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잘 들어 봐.

 

(아담은 한쪽으로 물러선다)

올리버

이 녀석아!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올란도

아무것도 안해요.

뭘 할 수 있는 걸 배웠어야 말이죠.

올리버

그럼 뭘 망가뜨리고 있는 거냐?

올란도

형님을 도우려고

제 신세를 망가뜨리고 있어요.

신이 빚은 딱하고 쓸모없는 동생을

형님이 게으름으로 망치려고 하니

제가 도와야죠.

-11장 중, p.12~13-

 

실리아

아가씨, 내 말 좀 들으시지요.

로잘린드

계속해봐

실리아

그는 부상당한 기사처럼

바닥에 쭉 뻗어있었어.

로잘린드

보는 사람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그 사람 덕분에 주위가 온통 환했겠다.

실리아

언니, 제발 혀 좀 붙들어 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지 말고

그 사람은 사냥꾼 차림이었어.

로잘린드

, 무언가 불길해!

그는 내 심장을 찌르려고 온 거야.

실리아

난 후렴구 없이 노래하고 싶다고.

언니가 내 노래를 계속 방해하고 있잖아.

로잘린드

내가 여자인 걸 잊었니?

생각이 자꾸 말로 나오는 걸 어떡해.

, 계속 애기해 봐.

실리아

언니가 말을 끊었잖아.

(올란도, 제이퀴즈 등장한다)

, 저기 오는 게 그 사람 맞지?

로잘린드

그 사람 맞아.

숨어서 지켜보자.

(실리아와 함께 한쪽으로 물어선다)

- 32장 중, p.131~133-

 

아덴 숲에서 올란도의 시를 발견한 로잘린드는 올란도를 봤다는 실리아에게 그를 본 모습을 이야기하라고 해 놓고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는 못하면서 실리아의 말끝마다 불쑥불쑥 끼어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혀 좀 붙들어 매라는 실리아의 말이 얼마나 웃기던지.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어쩔 줄 몰라하는 로잘린드의 마음을 잘 표현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로잘린드는 이후에 올란도를 직접 찾아가 올란도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그 후 그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걸 알게 된 로잘린드는 그와 결혼하게 된다. 시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지위가 그리 높지도 않고 정숙을 강요했을 시대에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쟁취하는 로잘린드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캐릭터로 그들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동생에 의해 공작의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괴로워하거나 복수의 칼날을 갈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전임 공작, 항상 우울한 상태에서 모든 것들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제이퀴즈, 궁중의 어릿광대로 약간의 똑똑함과 재치는 있지만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은 얕보는 터치스톤, 자신을 싫어하고 모욕하는 여자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실비어스 등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상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남에게 집중 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하물며 상사와 의견이라도 충돌하는 날엔 직장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대로 하세요.의 등장인물들은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내비친다.

 

양치기 처녀인 피비가 자신을 사랑하는 양치기 청년 실비어스를 (오늘날의 표현으로) 계속 개무시하자 가니메데스로 분장한 로잘린드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훈수를 둔다. 나중에는 가니메데스(로잘린드)의 계략으로 실비어스와 피비가 결혼을 하게 된다. 피비의 무례한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남의 연애사에 끼어들어서 결국 억지로 결혼을 시키는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희곡이다보니 모든 남녀들의 관계가 해피엔딩이어야 했던 것 같은데, 어찌보면 실비어스는 본인을 싫어하는 여인을 계속 쫓아다닌 스토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연애에 적용될 경우 불쾌감과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 대본처럼 자세한 지문은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를 발전시키고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연극에서는 주요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뜻대로 하세요는 등장인물 간 대사의 길이를 짧게 해서 극의 흐름을 빠르게 전개하면서도 관객들이 보다 연극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내가 마치 연극 무대에서 서 있는 것처럼 21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이런 저런 톤으로 연기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참 재미있게 희곡을 읽었다.

 

출판사 측에서도 이번에 번역을 할 때 고루한 문체나 표현 등은 과감하게 현대적인 언어로 순화하여 우리의 문화적 정서에 맞게 수정했다고 한다. 또한 이 작품이 공연을 전제로 쓰인 작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운문 형태에 맞추어서 편집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독성이 너무 좋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에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을 정도이다. 희곡만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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