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로 작가가 자신만의 코스믹 호러 연작 소설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망을 품고 탄생시킨 신소설이 바로 《귀경잡록》 시리즈다. ‘귀경잡록’ 시리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SF호러 연작소설로, 조선 선비 탁정암이 저술한 《귀경잡록》이란 예언서를 중심으로 외계인의 실존과 위협을 다루고 있다.
전작인 《전율의 환각》, 《신전래특급》,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이어 네 번째 작품인 『외눈고개 비화』가 출간되었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원린자들이 출현하는데 이번에도 기존 작품에 등장했던 원린자와는 다른 원린자들이 등장하여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외눈고개 비화>에서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자인 비천자가 등장하고, <우상숭배>에서는 예지력이 있는 꿈 속에 등장하여 사람을 선택하고 홀리는 12사도가 등장한다.
<외눈고개 비화>에서는 범죄수배자이자 둘도 없는 벗인 김정겸이 40년만에 나타나 외눈고개라는 곳에서 겪었던 악귀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던 정겸은 같은 옥사에 있던 장군과 같이 탈출하여 외눈고개라는 곳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비천자라는 원린자를 만나게 된다.
“선규, 다시 한번 부탁하네. 외눈고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듣기 전에 자네도 <귀경잡록>을 꼭 보았으면 하네. 그 책의 6장을 정독해야만 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네.”
(중략)
“자네가 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얘기일세, 나는 안 미쳤어.”
“믿고 안 믿고는 재가 판단할 문제야. 전 조선을 유린한다는 악귀인지 뭔지나 마저 얘기해보게.”
정겸은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서을 다해보겠다며 탈옥 후에 겪은 일을 들려주었다. 나에게는 40년이지만 그에게는 단 하루였던 세월인 그것은 소름 끼치는 이야기였다. -외눈고개 비화 중, p.29~p.30-
"저 벽화는 왠지 비천자들의 흥망성쇠를 나타내는 것 같지 않아요? 위에는 그들이 협동하여 이 외눈고개를 건설하는 그림이었지만 아래로 갈수록 암울한 과거를 더듬는 것 같잖아요?“
“일부러 그렇게 의도했다는 말인가요?”
“가능한 얘기지요. 바닥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그들이 맞이했던 어려움을 잊지 말자는 그런 의지 같아요. 그들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요. 여기서 무서움에 시달려 죽으라던 탁봉의 말이 마음에 걸려요.” - 외눈고개 비화 중, p.92-
두 번째 이야기인 <우상숭배>에서는 어명을 받들어 함경도 함흥으로 길을 떠난 관리 권윤헌과 노비 바우는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한 오두막을 발견한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 권윤헌은 그곳에 가득한 서책들을 보게 되고 거기에 있는 책들이 온통 나라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임을 알고 경악하게 된다. 그때 한 손에 도끼를 들고 가면을 쓴 천승도라는 남자와 맞닥들이게 된다.
“이놈! 어디서 거짓을 늘어놓느냐? 이 책이 나온 시기는 지금으로부트 100년 전이야. 네가 이책의 저자라면 대체 나이가 몇이란 말이냐?”
“나는 올해로 154살이 된다. 네 고조 할아비 뻘이 되겠지.”
그가 웃자 검은 탈이 들썩였다. 웃음을 멈춘 탈바가지가 여섯 개의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너머 세계의 사도들께서 내게 불멸의 몸을 주셨다. 나는 한 가지 규칙만 어기지 않는다면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이야.”
권윤헌은 그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조롱당한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우상숭배 중, p.170-
『외눈고개 비화』에서는 《귀경잡록》 6장과 23장의 내용이 등장하고 조선팔도를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홀리는 원린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탁정암 선비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우주적 기상천외함과 은밀한 지식을 통해 원린자와 결탁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얻으려는 행동은 조선의 발전에 해가 되고 있으며, 원리자는 모시는 행위는 제사가 아니라 우상숭배라고 탁정암 선비는 경고하고 있다.
세상이 불안하고 어지러울 때 이상한 종교와 사상들이 판치면서 세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눈을 현란하게 하고 마음을 혹하게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귀경잡록》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건 그 안에서 현재의 공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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