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엽서네.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니.”
“오빠가 죽은 다음에 왔어. 그러니까 죽기 직전에 보낸 거지.”
“예감이 좋지 않네.”
“오빠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야. 거기에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라고 적혀 있지? 그런 사람이 자살했을까?” -p.29~30-
작년 12월 겨울, 신슈에 있는 머더구스라는 산장에서 나오코의 오빠인 고이치가 음독자살을 했다. 경찰은 고이치가 묵었던 방은 문은 물론 창문까지 굳게 잠겨 있는 밀실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고이치가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동생인 나오코는 오빠가 죽기 직전에 보낸 엽서를 통해 자살이 아닌 타살을 의심했다. 고이치 죽음의 의문을 해결하고자 나오코와 그의 친구 마코토는 머더구스 펜션으로 향했다.
나오코가 1년을 기다린 이유는 오빠가 죽은 시기가 되어야 작년에 묵었던 손님들이 그 숙소에 그대로 모이기 때문이다. 오빠를 뺀 나머지 투숙객들이 단골이었다는 걸 알아낸 나오코는 자신은 고이치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사람들에게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물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이 펜션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각 객실의 벽마다 영국의 전승동요인 ‘머더구스’라는 노랫말이 걸린 액자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뜻밖의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그래, 맞아. 그리고 이 숙소에는 또 다른 기분 나쁜 얘기가 있어요.”
가미조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몸을 내밀었다. 목소리도 낮아졌다. 나오코는 기분 나쁜 건 당신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귀만 열었다.
“작년에 여기서 사람이 죽었지만 사실은 그 지난해에도 사람이 죽었어요. 그러니까 두 번째죠.”
“2년 전에도…….”
나오코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마코토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왜 죽었나요?”
마코토의 긴장한 말투가 가미조를 만족시킨 모양이었다.
“일단은 사고로 처리됐지요. 일단은…….” -p.70~71-
그러던 중 투숙객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시기에 3년 연속 일어난 사망 사건, 항시 같은 날에 펜션을 방문하는 단골고객들, 방마다 걸려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머더구스의 노랫말, 머더구스 펜션에 숨겨진 이상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다른 추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밀실살인이라는 소재에 3년간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망사건, 머더구스라는 이상한 노랫말을 암호로 접목한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밀실살인이 흥미로운 건 도저히 살인자가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상황임에도 교묘한 밀실트릭을 통해 사람을 살인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하쿠라산장 살인사건』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3건의 연쇄살인사건이 밀실살인과 머더구스 암호로 인해 결국 서로 하나로 연결되면서 드러나게 되는 반전의 반전상황이 너무나도 놀라운 작품이다. 2편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산장 안의 숨겨진 진실이 모두 드러나게 되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아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로 2번째이다. 두 작품은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결이 다른 작품이지만,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개의 사건들이 결국엔 하나로 모여 뜻밖의 반전을 드러내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플롯의 탄탄함과 정교함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밀실살인과 연쇄살인, 암호로 이루어진 정통 추리소설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작품이 1986년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반전만큼이나 더 놀랍다.
“아까 그 부인은 아무것도 없어서 온다고 했지만 사실은 반대가 아닐까?”
“반대?”
나오코는 몸을 일으켰다.
“무슨 소리야?”
“잘은 모르겠지만…….”
마코토는 예리한 눈빛으로 나오코를 봤다.
“여기에 모두 모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p.62-
p. s: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백마산장 살인사건>의 개정판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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