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이 책은 마치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한국판 버전 같았다. 그 책이 1,700만부 판매된 이유가 있듯 이 책 또한 그러하다. 로버트 풀검은 일상의 여러 다양한 것들이라면, 우종영 작가는 나무와 숲에서 만난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두 책 모두 비슷한 느낌의 담백하고 담담하되 깊은 울림있는 사색을 동반하게 된다.

자연과 나무는 인간보다 컸다.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 인간보다 오래 견뎌서 ··· 일지도 모르겠다. 그 수없는 세월의 풍파를 모두 몸 속 깊이 기록했기에 더 깊은 울림을 간직한건지도 모를 일이다. 프롤로그에 담긴 글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저자가 숲과 나무로부터 배운 것의 기록을 나무로 만든 종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
# 디자인 + +
출판사의 디자이너들도 내용에 어울리게 만들려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페이지에서도 숲의 향기와 사색의 흔적이 보인다. 표지의 묵은 초록빛은 풍성하지 않지만 깊은 숲의 고독한 겨울 느끼게 한다. 첫 속지와 마지막 속지는 나무 껍질마냥 갈색으로, 대단원 사이는 표지와 같은 깊은 초록빛깔로, 사진마다 어울리는 배경색, 제목의 글자색도 갈색과 초록빛, 심지어 페이지 숫자마저도 가녀린 새싹이 올라오는 것 같이 꼬물거리는 느낌이 귀엽다. 또 군데군데 담겨있는 사진은 깊은 숲에서 만난 옹달샘 같았다.

#책 중에서 + + +
p.88~91 /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태백산 산자락에 살고 있는 주목나무들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속을 비워 몸 안의 빈 공간을 넓혀 간다. 한겨울 세찬 바람이 불 때 태백산에 오르면 주목나무에서 오래된 퉁소 소리처럼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다. 속이 비어 있어야만 들을 수 있는, 영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소리다. ······ 누구나 어느 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넘겨주고 한발 물러서야 한다. ······ 그럴수록 나이 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월이 만들어 낸 빈 공간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어 내는 주목나무의 자세가 아닐까. 주목나무가 비어 있지 않았다면 한겨울 매서운 비바람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물러나야 할 때 억지를 부리기보다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잘 내려놓고, 그 빈자리를 드러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