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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을 위한 쾌락의 전당을 만들었다.

 

세상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꽤 성공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실패한 경험도 실패를 한다는 생각 조차도 해본적이 없다. 학업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명문대에 진학했고 졸업을 하자마자 장교로 군복무, 제대를 하기도 전에 국내의 유수한 기업에 취직한 이래로 승승장구하여 지금은 마케팅 담당 이사를 하고 있다.

 

주위 친척의 소개로 만난 아내는 나에게 헌신적이고 아들하나 딸하나를 두고 있는데 둘다 예쁘고 똑똑하다.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행복을 누리고 있느냐며 부러워 하곤 한다. 가끔씩 나는 그들의 눈속에서 질투의 불꽃을 확인하며 은근한 즐거움을 느끼지만 늘 겸손하게 대답한다. 잘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사실 사람들은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흙속에 묻힌 진주, 개천에서 난 용은 없다. 진주는 남들의 눈길에서 스스로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재빨리 알아채고 개천에 박혀 있어도 용이 될 아이는 스스로의 재능을 어떻게 하면 빨리 상품화 시킬지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가정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180센티를 넘어선 키도 또래에 비해 나를 눈에 띄게 했고 학교공부는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늘 쉬웠다. 내 주위에는 나에 대해 기대하는 부모님과 친지들. 그리고 은사들이 있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늘 쉬웠다. 그리고 나는 착한 아이, 기대되는 학생, 미래가 촉망되는 남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늘 포장하는 법도 금새 배웠다.

 

나에게도 욕망은 있다. 하지만 늘 자신을 감추고 살다 보면 포장된 자신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어느 순간 혼동되기 마련이다.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개념이야 진작에 알고 있기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질만큼 어리석지는 않지만 심장 뒤편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납덩이 처럼 그것은 늘 뜻하지 않은때에 사람을 괴롭히게 마련이다. 마음속의 악마가 때때로 소리친다. 그것은 비릿하고 폭력적이고 음란한 소리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은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무려 40여년을 견뎌온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다. 착하고 자상한 남편, 능력있는 직원, 이해심 많고 상냥한 아빠라는 역할을 늘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댓가같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건 쉬운 일이다. 언젠가 이런 이중생활이 들켜버리리라는 생각도 없지는 않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고 지금 만약 꽉차있는 압력솥같은 상황에 숨구멍 하나를 뚫지 않는다면 파국은 더 크고 급격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다가 오리라.

 

 

대상은 키스방에서 물색했다. 요즘 세대가 어쩌구 하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떤 시대에서든 돈으로 여자를 사는 건 가장 쉬운 일이다. 그리고 많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매춘은 더럽다고 치부되지만 가장 공공연한 직업이다. 어느나라 어떤 장소를 가더라도 매춘의 댓가는 비슷하다는 걸 나는 해외 출장을 다니며 깨달았다. 만약 어떤 나라가 특히 화대가 싸다고 해도 가격 우위를 발견한 다수에 의해 곧 평준화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자를 돈으로 사다가 아내에게 들킨다고 해도 그것은 변명하기 쉬운 일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치부하기도 주위의 모든 남자들을 들먹이며 나를 합리화 하기도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여자들이  걸리지만 않으면 술집 여자와의 관계는 묵인해 주겠다고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남편을 배제하는 것 보다 남자로써의 본능을 어느정도까지는 봐주겠다는 식의 교환 조건같은.

 

내 취향은 칠흑같은 검은 머리의 비율이 좋은 아이다. 피부는 빛을 못본 동굴속의 생명들처럼 창백할수록 좋고 내 말에 순순히 따를 수 있는 비슷한 취향의 소유자여야 한다. 앙칼진 고양이 눈도 좋지만 그런 타입은 너무 위험하다. 남자를 이용하고 소유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위해 쾌락을 팔 준비가 되어 있는 미래가 나름대로 창창한 아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의 이중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키스방 몇군데를 돌다가 결국 한 아이를 만났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약간의 사치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여자 아이였다. 20대 초반이 풍기는 풋풋한 젊음의 체취가 느껴졌지만 많은 남자들을 만난 탓인지 눈빛에서는 만족되지 못한 욕망, 충족되지 못한 욕정이 불꽃처럼 일렁이는 아이였다. 남자 친구도 여럿 있고 성경험도 풍부하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절정으로 치닫는 경험을 느껴보지 못한 미숙함이 느껴졌다. 코르셋을 한껏 졸라맨 중세의 여인들처럼 요란한 화장과 섹시함으로 남자를 유혹하려 하지만 스스로는 아직 모자란 아이.

 

몇번을 손님으로 방문하면서 안면을 텄다. 키스방이라고해서 딱히 키스만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가벼운 키스와 대화 외에는 매너를 지켰다. 다음을 위해 지금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고 신뢰가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것이 정답이다.

 

안면을 익히고 키스방 직원의 눈에 내 모습이 익숙해지기전에 밖에서 약속을 잡았다. 작은 명품 악세사리를 안겨주니 밖에서 만나자는 약속에도 금새 고개를 끄덕였다. 돈과 사치의 냄새는 얼마나 달콤한가. 그리고  말했다시피 내 외모는 결코 모자란 수준이 아니다. 어렸을때는 가난의 티가 배어 있었지만 강남의 널찍한 아파트와 외제차, 고급스런 향수와 시계를 향유할 줄 아는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때로 자신감은 능력보다 중요하다.

 

업무 시간을 쪼개서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 상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름은 유이라고 했다. 본명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보니 같은 이름의 연예인을 닮은거 같기도 한데 그래서 그 이름을 택한 것일까. 젊은 아이들은 허세의 방법조차 너무 단순하다. 나이는 스물한살, 짐작했던대로 아직 많은 경험도 없고 세상에 대해서도 무지한 여자아이였다. 중산층의 생활을 누리면서 여대를 다니고 다니던 여대를 휴학한 이유는 단지 세상을 좀 더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돈과 사치를 먼저 배우다가 나를 만난 것이다.

 

나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을 오피스텔을 하나 빌렸다. 기본적인 옵션이 다 들어 있어서 내가 따로 준비한 건 커다란 전신 거울과 화려한 침대 정도였다. 물론 그녀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눈에 띄는 흔적이 남을만한 일은 반드시 들키게 되어 있다. 오피스텔은 내것도 아니고 그녀의 것도 아닌 제 3의 공간. 쾌락을 위해 만든 은신처에 가까운 그런 것이다. 서류도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은 탓에 재산권을 주장할 수도 없지만 애시당초 그런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첫섹스는 화려한 호텔에서였다. 강남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었다. 노출될 염려가 있었지만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잠자리로 연결시키기에는 그편이 좋았다. 그녀는 예상했던대로 서툴렀다. 너무 쉽게 흥분했고 너무 큰 소리를 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눈치빠르게 살피려 했다. 내가 궁금한 건 그녀의 성격과 취향이었다. 자립적인지 수동적인지 민감한지 둔감한지 내가 이끄는대로 쾌락의 열매를 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여서 그녀를 이리저리 테스트하기에 바빴는데 운좋게도 그녀는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쾌락의 형태는 다르다. 어떤 이는 술, 어떤 이는 도박의 긴장감을 어떤 이는 약물의 힘을 빌려서 쾌락을 얻으려 한다. 그리고 섹스에 미친 섹스 중독자도 있다. 하지만 안전하게 쾌락을 추구하려 한다면 적당한 절제와 규칙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음습한 욕망을 찬찬히 관조적으로 들여다 보고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으며 계획을 세운대로 실천을 했다. 나의 쾌락에는 두가지가 필요했는데 하나는 피였고 다른 하나가 섹스였다.

 

어렸을때 손을 베인 적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았을때 비릿한 쇠의 냄새와 함께 현기증을 문득 느끼면서 나는 첫번째 사정을 했다. 처음엔 그것이 사정인줄도 모르고 무언가 몸이 떨리면서 내 몸 밖으로 방출되는 것이 피인지 오줌인지 아니면 내 의식인지도 모르면서 발밑이 흔들리고 우주가 보이는 환상을 느끼며 나는 기절을 했다. 병원에서 깨어났을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부모님이 내 얼굴을 쳐다 보고 있었다. 단순한 빈혈이나 혈액에 대한 공포증 정도의 진단을 받고 돌아왔지만 한동안 나는 그 충격적인 느낌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알아 내느라 노력해야 했고 결국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알아낸 그것은 바로 오르가즘이라는 단어임을 깨달았다.

 

사춘기를 지내면서 자위를 배웠다. 성에대한 호기심이 대기권을 벗어난 풍선마냥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시기에 자위는 자연스러운 돌파구일수밖에 없었다. 비키니를 입은 여자 사진을 보며 음악시간에 짧은 치마를 입고 왔던 선생님을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첫경험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상대는 두살 많은 누나였는데 같은 도서실에서 안면을 익혔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빌미로 집에 초대되었을때 그녀는 나 혼자만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섹스에 재능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첫경험에서 절정을 느꼈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나와의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남자 친구가 생기고 난 후에도 우리의 관계는 이어졌다. 남자친구를 사랑은 하지만 도저히 나만큼 섹스를 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사랑보다는 육체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관계였던 만큼 부담도 없었고 나는 그녀를 실습교재로 삼아 내 기술을 연마해가면서 20대를 보냈다. 우리의 관계는 내가 군대에 가던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섹스에 관한한 아무리 둔감하고 무지한 여자라고 해도 몇번이고 절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수많은 섹스의 끝에서 문득 공허함을 느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열심히 일을 했다. 아내와의 섹스는 대부분 담백했다. 아내는 몸이 약해서 몇번이고 절정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나와의 섹스도 일주일에 한 두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룻밤에 몇번이고 섹스를 할 수있는 체력도 기술도 충분했지만 일과 양육에 파묻혀서 그마저도 우선순위의 뒤편으로 묻어둬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주의로 면도기에 손을 베었다. 손가락 끝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핏방울. 평소와 다르게 나는 지혈을 할 생각도 않고 멍하니 떨어지는 핏방울을 바라 보다가 문득 한 생각을 떠올렸다. 피와 여자, 피에 젖은 쾌락, 피에 젖은 섹스.. 두가지가 결합이 된다면 얼마만한 쾌락이 밀려올 것인가? 피를 마시고 처음 기절한 날로부터 나는 한번도 내 피를 마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피를 마신다는 그 행위가 나를 오르가즘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떨어지는 핏방울만 봐도 온몸이 떨리고 묘한 기대로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예리한 전류가 흐른다. 그것은 옷을 모두 벗고 맞이하는 겨울바람처럼 시원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이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 시키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계획하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을 맞이한 것이다.

 

오피스텔로 유이를 초대했다. 그녀는 몸에 붙는 검은색 미니원피스를 입고 왔다. 젊음의 풋풋함과 어울리지 않는 농익은 섹시함이 그녀의 몸에 찰싹 달라붙은 원피스를 따라 흐르고 있다. 처음 잠자리를 한 이후로 그녀는 섹스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거 같다. 무리도 아니다. 그녀는 몇번이나 절정을 맞이하고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을 것이다. 쾌락은 중독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쾌락을 거부하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된다. 더군다나 나는 그녀에게 일정한 금전적인 보상까지 약속했다. 한달에 한번. 만남을 전제로 나는 그녀의 경제적 후원자가 되기로 했는데 그녀에게 그것은 쾌락과 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생활의 온기라고는 없는 오피스텔에 덩그러니 놓인 화려한 침대와 맞은편에 있는 전신 거울은 얼마나 에로틱한 느낌인가. 건조하고 사무적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목적에 충실한 공간, 돌려 말하지 않고 쾌락과 탐욕을 요구하는 단도직입적인 공간안에서 입에 발린 말이나 겉치레는 필요 없었다. 보스의 오디오시스템 스위치를 올렸다. 유행하는 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오자 유이는 입고있던 검은색 미니원피스를 스스럼없이 벗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원피스가 벗겨지면서 그녀의 하얗고 탄력있는 몸매가 드러났다. 나는 그녀에게 아장프로보카퇴르의 속옷을 입고 오기를 요구했고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검은색의 작디 작은 천조각, 겨우 유두와 그녀의 탐스러운 허벅지 사이의 삼각지대를 안쓰럽게 가려주고 있는 그 천조각 하나에 지불하는 돈은 왠만한 가방 하나의 값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쾌락에 탐닉하는 자에게 그정도 돈은 애교에 불과할 뿐이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택했던 수많은 재테크의 결정이 나에게 가져다 준 여유는 그 정도 지출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수도 있게 되었다. 돈이 가져다 준 음습하고 비린내나는 한편으로는 썩은 사과에서 풍기는 묘한 방향처럼 나른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이 순간의 쾌락과 사치여.

 

유이는 수줍음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던 노숙한 창녀마냥 침대위에 엎드린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탐스럽고 풍만한 엉덩이, 하얀 허리위로 흘러내린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 망사소재의 검은 속옷아래로 비치는 유두와 음모를 나는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내 물건을 부풀렸다. 혈관아래로 뜨거운 피가 달리는 느낌이 계속되면서 내 물건은 40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딱딱하게 달아 올랐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나에겐 시간도 체력도 아직 한참의 여유가 있으니까. 와이프에게는 1박 2일짜리 출장을 다녀오겠노라고 미리 말을 해뒀다. 출장 가면 연락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내가 만든 것이다. 나는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일에 몰두하고 있을때는 긴급한 일을 제외한 사사로운 연락은 하지 말라고 신혼초부터 못을 박아 둔 탓에 회사일에 관한한 얼마든지 내 시간을 낼 수 있다. 그 외의 시간에 가족에게 충실하고 회사에 헌신한 탓에 동기들보다 빠른 출세도 할 수 있었다.

 

크고 억센 손으로 이제 갓 소녀티를 벗은 여체를 쓰다듬는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하얀 여체위로 달린다. 유두를 애무하고 허벅지를 쓰다듬고 빨간 입술을 어루만진다. 그녀의 성감대를 하나 하나 체크해 가면서 쓰다듬고 간지럽히고 애태우면서 그녀가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만든다. 입술이 부풀어 오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는걸 보니 이미 그녀는 어떤 쾌락의 기대에 몸과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다.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입에서는 음탕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온다.

 

나는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옷을 벗는다. 이미 내 물건도 달아올라서 혈관이 튀어나온 멋진 모양이다. 그녀의 하얀 등을 쓰다듬다가 그녀의 목을 쓰다듬는다. 맥박이 느껴진다. 그녀의 목에 입술을 가져간다. 그녀의 목에 있는 혈관을 하나 하나 확인해 가면서 나는 그녀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가쁜 신음소리와 터질듯한 교성을 번갈아 지르면서 서서히 나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를 움직인다.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격해진다. 마치 동물처럼 소리를 지르고 땀을 흘리고 더 깊숙히 범해달라고 나에게 소리친다. 그녀는 이미 절정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목에 작은 상처를 냈다. 상처를 따라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흥분 상태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지 못하고 더 깊숙히 넣어달라고 계속 소리친다. 상처는 아주 미미하다. 채혈을 할때 쓰는 작은 도구를 사용해서 난 상처인데다 혈관의 위치도 확인했기에 피를 콸콸 흘릴 일은 없다. 나는 쾌락을 맛보고 싶을 뿐이지 피빨아 먹는 변태라는 낙인을 원하는 건 아니다. 눈앞에는 땀에 젖은 싱싱한 여체. 그리고 그녀의 목에서 흐르는 한줄기의 빨간 선.나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흥분을 느끼며 그녀의 목에서 흐르는 핏줄기에 내 입술을 가져간다.

 

갑자기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치 섬광같은 것이 연속적으로 터지는듯한 느낌이라서 마치 기자회견장 같기도 하다. 침대가 돌아가고 천장이 날아가고 눈앞에 있는 여체가 나를 휘감아 온다. 절규하는 여자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도 들린다.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어 머릿속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흘러 들어온다. 이 느낌을 단순히 오르가즘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한가? 나는 어느새 나의 과거와 현재, 내 물건을 넣고 있는 유이라는 여자 아이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넘나드는 신비체험을 하고 있다. 이런 건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느새.. 모든 이미지와 촉감과 향기와 섬광과 온기가 사라지고 나는 깜깜한 어둠속에 잠겨든다.

 

절정의 순간은 잠시였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삽입하고 정신을 잃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10여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내가 정신을 잃은 시간은 불과 2분여. 유이는 아직도 옆에서 몸을 떨며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몸이 더 창백해 보인다.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일부를 잃었다. 그렇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40여년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나라는 존재.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흡혈귀다. 십자가에 맥을 못추고 마늘을 싫어하고 햇빛에 타버리는 영화속의 존재는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피를 마심으로써 스스로 각성하는 이형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유이와의 섹스를 통해서 그 피를 마심으로써 유이의 기억과 경험중에 일부를 얻었다. 불행히도 그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이후로 변모하겠지. 그녀의 인생에서 나는 그녀의 첫경험을 지웠다. 의붓오빠에게 당한것이 첫경험이라는 건 아무래도 너무 우울하다. 잘생긴 오빠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해도 그후에 그 오빠가 유학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라 해도 그런식의 경험은 어떤식으로든 상처를 남긴다. 본의 아니게 나는 좋은 일을 한셈이다.

 

한참후에야 정신을 차린 유이는 나른한 섹스의 뒤끝에서 멍한 눈으로 떠나갔다. 뭔가를 잃은 사람은 그전과 다른 느낌을 준다. 쾌락의 극한을 맛보고 그 정점에서 자신의 기억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단지 지배하고 절정으로 치닫게 하고 핏속을 뒤져 기억 하나를 얻어올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초능력도 없고 뭔가를 할 수도 없는 그런 능력, 하지만 그것이 나라는 존재이다. 불로불사도 아니고 박쥐로 변신할 수도 없는 흡혈귀. 단지 노화가 더딘탓에 피부가 좋아보인다거나 동안이라는 말은 들을 수 있겠지만 과연 이 능력이 무슨 소용일 것인가?

 

오랫만에 만복감이 든다. 나쁜 일을 했다는 죄책감도 없다. 답답했던 심장 뒤편의 납덩이라도 사라졌다. 비릿한 피의 냄새, 질척한 땀내음, 달아오른 공기속에는 아직도 들뜬 신음소리가 남아있는 것 같다. 유이를 다시 볼 일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이후로 나를 기억할 수 없을 것이고 언젠가 길에서 마주쳐도 아련한 그리움 정도로만 나를 추억할 것이다.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 맹수가 먹이 잡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듯이 나도 이제 내 자신에 대한 것을 보다 뚜렷이 알 수 있다.

 

흡혈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아직은 모르겠다. 이제 하나씩 둘씩 배워나가야 하고 알게 되겠지. 분명한 것은 어제까지의 나와 오늘부터의 나는 다르다는 것. 앞으로도 수많은 피비린내를 맡게 되리라는 확실한 예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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