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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아저씨를 만나러 간다.

 

세상은 나를 철없고 머리에 든 거 없는 속물스러운 여자아이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스물한살이라는 나이는 어리지 않다. 내 별명은 늘 애어른이었다. 가정환경은 유복했지만 어렸을때부터 아이를 앞에 두고도 치고받는 싸움을 서슴치 않았던 나의 부모는 나를 일찍 철들게 했다. 엄마는 키도 크고 예뻤지만 불같은 성격의 여장부였다. 아빠는 유복한 집의 장남이어서 할머니가 시키면 뭐든지 다 해드리는 마마보이였고 그게 불화의 이유였다. 늘 집안 일로 시작된 다툼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주먹이 오가는 싸움으로 커졌는데 성격차이로 두분이 이혼을 결심한 건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본다.

 

엄마의 골격과 성격을 타고난 탓인지 나는 어렸을때부터 조숙한 아이였다. 초경도 빨랐고 초등학교 5학년을 지나면서부터는 길거리에서 애어른 할 것 없이 내가 지나가면 늘 나를 따라오는 시선들을 느꼈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타자의 시선이라는 사상을 배운건 대학에 들어온 이후지만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진작부터 체득하고 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갈때나 오늘따라 유난히 옷이 좀 화려하다 싶은 날이면 끈끈하게 몸에 와 감기는 시선들이 나는 별로 싫지 않았다.

 

화려한 꽃에는 냄새가 없다지만 어떤 꽃은 아름다운 모양새만큼 진한 향기를 내뿜기도 한다. 장미가 그렇다. 꽃중의 여왕이기도 하지만 장미향기는 진하면서도 고혹적이고 나른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내게는 엄마가 그랬다. 아빠같은 마마보이와 결혼한 것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늘 입버릇처럼 그러던 엄마는 아빠와 갈라선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자유분방한 연애를 시작했다. 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남자 친구들의 번호가 바뀌고 술마시고 늦게 들어온 날에는 엄마의 몸에서 낯선 체취가 묻어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그건 남자의 냄새였다.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남자의 체취.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엄마의 연애행각이 끝을 맺었다. 무려 6년간, 패션계에서 일하던 엄마는 벌떼처럼 많은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졌다. 엄마는 사랑을 시작할때는 아름답다가 사랑이 끝날때쯤에는 비참해졌다.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사는거라며 호기있게 아빠와 헤어졌던 엄마도 6년간 반복되는 사랑타령에 지쳤던 것인지 어느날엔가 새아빠 될 사람이라며 패션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증권회사 다니는 남자를 소개시켜줬고 그것이 내가 새오빠를 만난 첫날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고상한 엄마의 취향덕분에 청담동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대면을 했는데 엄마랑 몇번이나 와봤던 덕분에 내게는 편하고 익숙한 자리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아빠 될 사람은 2년전에 사별을 했다고 했다. 증권회사 부장이라는데 나름대로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라는 엄마의 말을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얘기로 받아들였으니 나도 꽤나 일찍 사회를 알았다고 할 수 있겠다. 새아버지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좀만 다듬으면 더 샤프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나 할까. 타고난 인상도 좋고 품성도 좋아보였다. 지금까지 엄마가 만나왔던 깡마르고 성질있어 보이던 남친들에 비해 성격좋아보이는 호남형의 새아빠 옆에서 엄마는 좀 더 행복해 보였다.

 

결혼을 자기들끼리 결정하고 혹시나 자식들이 반대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에서 이뤄진 자리라 떠도는 공기에는 불안감이 섞여있었지만 나에게는 처음 만난 새오빠때문에 불안한 자리이기도 했다. 나보다 세살 많은 새오빠는 피부가 하얗고 손가락이 긴 미소년이었는데 밥먹는 내내 눈을 깔고 있어서 내심 결혼을 반대하나 싶었고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워낙에 내성적인 성격인데다가 내가 초면에도 너무 이뻐 보여서 말한마디 못했다고 해서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내 첫남자가 되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 엄마와 새아빠는 젊은 시절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앙갚음하기라도 하듯 닭살 신혼부부가 되었다. 아이들도 자라서 양육에 대한 걱정도 없고 내숭을 떨 나이는 이미 지난지라 틈만나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대해 민감해지고 있는 아들과 딸이 있는 집안에서 그런 상황은 결코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같이 살기 시작한지도 6개월째에 접어들던 어느날.. 밤중에 부엌으로 물을 마시러 갔다가 내방으로 돌아오다가 나는 엄마방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엄마와 새아빠였다. 오빠와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을 한건지 아니면 애시당초 그런건 신경도 안썼던건지 엄마와 아빠는 나이를 망각한 신혼부부의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얌전해 보이던 새아빠의 거친 숨소리와 숨이 넘어갈듯 가늘고 높은 엄마의 비명소리에 나는 방안의 광경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한참을 방앞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안의 숲이 점점 끈적하고 촉촉하게 젖어오는걸 발견했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 자위를 시작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에 대한 관심은 대기권을 향해 올라가는 풍선마냥 부풀어 올랐다. 또래보다 성숙한 몸매를 가진 내게 온갖 종류의 유혹이 마치 길가면 아줌마들이 들이대는 전단지처럼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는데 제일 압권인 건 과외를 가르치러 왔던 대학생 오빠의 은근한 터치였다. 몸을 기울이고 손을 스치고 가끔씩 등을 어루만지고 과외가 끝난 후에도 보고 싶다, 사랑한다.. 등등의 문자질이 쏟아졌다. 서너살 차이가 난다고 해도 여자와 남자의 성장속도는 다르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나를 유혹하는 손길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를 보고 헐떡대고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목마른 갈망들에 나는 도도한 눈빛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는 세상을 길들이는 법을 일찍 배웠다고 할까? 스스로 자포자기 할때까지 남자들은 염치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나에게 그들의 물건을 넣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대학에 입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첫경험을 하게 되었다. 새오빠가 미국 대학원으로 진학하기로 결정이 된후의 어느날, 마침 부모님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판국이라 집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둘다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기에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와인을 땄다. 고상한 취향의 부모님을 둔 탓에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술은 모처럼 둘만의 식사라는 두근거림에 약간의 흥분과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깔깔거리고 약간의 취기가 오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샌가 우리 둘은 오누이라는 금단의 벽을 살짝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유혹은 내가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이라고는 해도 그리고 집안이고 오빠라고 해도 속옷만큼 짧은 핫팬츠에 브라도 하지 않은 탱크탑을 입고 돌아다니는 갓 스물이 넘은 탄력있는 여체를 거부할 남자가 과연 어디 있을까. 미끈한 흑발은 나의 자랑거리이기도 하지만 많은 남자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랬을 것이다. 장난삼아 볼에 뽀뽀를 하고 귓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서로의 성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아마도.. 서로가 굉장히 쿨해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이미 성경험은 많다는 식의 호승심을 섞어서 얘기를 했을 것이다. 장난삼아 키스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호기심은 도를 넘어서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을 차린것은 통증 때문이었다. 하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 마치 칼로 베는 것처럼 아랫배를 덮쳐왔다. 쾌락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술로 이성을 잃은 내 새오빠는 짐승처럼 나를 범하는데 온힘을 다하고 있었다. 통증을 이기지 못해서 비명을 지르고 등을 꼬집고 거부의 몸짓을 취해봐도 그에게 그것이 가닿지 않았다. 아마도 쾌락의 소리고 몸짓이라고 느꼈으리라. 다행인 것은 그도 충분히 많은 경험이 없었던 탓에 사정까지 걸린 시간이 짧은 것 정도였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사정을 하고 축 늘어졌다. 나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졌다.

 

그후로 오빠와 나는 말을 섞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도 부자연스러워서 서로 함께 있을 자리나 시간을 피했다. 다행인 것은 대학원 진학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탓에 서로 같이 있을 시간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첫경험은 나에게 정신적인 충격은 물론이고 육체적인 상처까지도 남겼다. 한동안은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고 남몰래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상처를 치료해야 했다. 물론 오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을 했다. 짐승처럼 나를 범하던 오빠의 얼굴을 대하기가 무엇보다 힘이 들어서 나는 늘 밖으로 돌았다. 술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쇼핑도 하고 늦게까지 놀다가 몇번의 외박도 했다.

 

오빠가 미국의 대학원으로 떠나고 비로소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계획대로라면 오빠는 미국에서 석사, 박사를 하고 그나라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 가족으로써 재회할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 오빠도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나 나나.. 서로 뭔가 잘 못되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었다. 학교를 일년쯤 다니고 세상 경험을 좀 더 해보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 휴학을 했을때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인생경험도 공부라며 이내 밝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마 엄마는 내가 저지른 짓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을까?

 

학교를 휴학하고 빈둥 빈둥 놀면서 이런 저런 만남과 헤어짐을 가졌다. 사랑이라는 말한마디가 가진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내들은 늘 쉽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만난지 얼마 안된 사이에서도 그들은 사랑을 입에 올려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하고 자고 싶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소망을 쉽게 들어줬다. 이미 스스로가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나는 쉽게 자고 쉽게 안겼다. 나는 도도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그들에게 쉬운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들은 몇번 잔걸로 나를 정복했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관심을 끊고 나에게서 도망갔다. 나는 한 남자를 만나면서 그의 친구와도 자고 친구의 친구와도 자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망쳐놓기도 했다. 나에겐 아무 의미없는 섹스였는데 그들은 매우 진지했다. 관계를 거듭하면 할수록 섹스는 나에게 허기와 같은 것이 되었다.

 

나는 차에서도 하고 여관이나 모텔에서는 셀 수 없이 했으며 심야의 좌석버스에서도 인적이 뜸한 산속에서도 했다. 공중화장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장소였지만 거기서도 했고 북적이는 클럽의 어두컴컴한 소파에서나 집앞에 있는 놀이터에서도 했다. 인간이 섹스를 할 수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곳에서 해봤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나에게 섹스는 그저 가벼운 입맞춤, 반갑다는 악수 정도 이상의 의미가 없었기에 나는 원하는 모든 수컷들이 원하는 모든 장소에서 그들의 욕망을 쉽게 들어주었다. 입으로도 손으로도 당연히 나의 그것으로도 해줬다. 항문섹스 정도가 나의 터부였는데 간접적인 정보로도 그건 상당히 아플거 같았다.

 

키스방에 다니기 시작한 건 돈때문은 아니었다. 허기를 채우면서 돈도 번다는 일석이조. 게다가 몸을 굴릴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벼운 키스와 손놀림 몇번으로 흥분하고 사정했다. 일을 거듭할수록 단골도 많이 생겼다. 미래를 생각하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내게 미래가 있을지도 알수가 없었다. 미래는 없다. 과거만이 항상 되풀이되는 현재일뿐이다.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그 아저씨를 만날때까지는.

 

그 아저씨는 그때까지 드나들던 남자들과는 달랐다. 다른 냄새가 났다. 고급스런 향수 냄새도 났지만 옷차림도 말쑥하고 나이가 들었는데도 나이든 티가 나지 않았다. 뭔가 비릿하면서도 야릇한 냄새, 처음 만났을때 나는 말한마디 나누기도 전에 이미 젖어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를 안고 싶은 열망이 스물스물 피부를 간지럽히는 착각까지 들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남자는 키스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른 서비스에도. 그는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사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최근에 본 영화나 읽었던 책 이야기. 그가 말을 할때면 낮은 저음에 섞인 탁하고 어두운 기운이 나를 휘감는 느낌이 들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했는데 왜 그런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몇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에서 처음으로 약속을 잡은 날, 나는 공들여서 단장을 하고 외출을 했다. 루부탱의 하이힐을 신고 플레어체크의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샤넬백을 들고 약속장소인 호텔로 향했다. 몇번 와본 장소이긴 했지만 그와 함께 있으니 또 새롭게 보였다. 밝은 햇빛아래서 얘기하는 모습에 광채가 어린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이없는 한심한 이야기라도 그가 얘기하면 우스웠고 반짝이는 단정하고 하얀 치아와 섬세하게 긴 깔끔한 손가락도 나를 흥분시켰다. 왼쪽 약지에 낀 결혼반지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예약한 방으로 그를 따라 가는데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노련한 맹수 조련사 같았다. 서두르지도 않았고 서툴지도 않았다. 그는 나를 쓰다듬고 키스를 하고 내 옷을 하나 하나 벗겨나갔다. 그의 손길이 닿는 시간은 찰나 같기도 하고 영원같기도 했다. 나는 그의 손길에 따라 몸을 펴기도 굽히기도 했으며 그의 물건을 쓰다듬기도 하고 입에 물기도 했다. 점점 더 흥분이 고조되면서 나는 스스로 어쩔수없는 격정에 몸을 떨었다.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입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가 마침내 내안으로 들어왔을때 나는 전류에 감전된 사람처럼 온몸을 흔들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몇번이나 계속된 절정의 끝에 찾아온 나른한 잠속으로 빠져들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때 그는 이미 없었다. 푹신하고 깔끔한 호텔 침대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그는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가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문득 외롭다고 느꼈다. 협탁에는 그의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피곤해 보여서 안깨우고 먼저 간다는 내용이었다. 내안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아직도 그의 피부, 그의 머리카락, 그의 체취가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온몸이 떨려왔다. 지금까지의 섹스와 오늘의 섹스를 곰곰히 되씹어 봤다. 그는 정말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서 언뜻 본 거 같은 어두운 날개. 그의 등뒤로 반짝이던 어두운 그림자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싶은 생각도 들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런 것이 그와의 섹스에는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다시 아저씨를 만나러 간다. 이번에는 그가 마련해 놓은 오피스텔이란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와의 만남을 거부하기가 힘이든다. 그가 좋아한다는 아장프로보카퇴르의 속옷을 입고 눈가엔 진한 스모키 화장을 공들여했다. 나는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다. 그에게 순진한 아이처럼 보이긴 싫다. 그를 내안에 가둬두고 나를 더 열망하게 하고 싶다. 몸에 달라붙는 미니원피스를 갑옷처럼 걸친다. 그리고 길을 나선다. 햇살이 눈에 부시다. 이제 조금후면 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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